부도아파트 입주예정자들 9일째 외로운 싸움

입력 1997-01-30 15:04:00

"누구 하나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 추위에 내집마련의 꿈을 되찾으려 열흘 가까이 목이 터져라 외쳐대는데 불쌍하지도 않은가 봐요"

기온이 영하 14℃까지 내려가고 바람이 세차 유난히 추웠던 29일 대구시청 주차장. 대구시 달성군 옥포면 성지 한마음타운 입주예정자 1백여명이 지난 20일부터 9일째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었다.

갓난 아이를 업고 있는 30대 초반 주부, 재래시장 노점에서나 만날 수 있을듯한 거친 손의 60대할머니, 얼굴이 쭈글쭈글해 거동조차 어려워보이는 70대 할머니. 손바닥만한 스티로폼 한장을 엉덩이 밑에 깔고 싸늘한 시멘트바닥에 앉아 있는 그들은 한결같이 머리에 붉은 띠를 동여매고 있었지만 어울려 뵈지 않았다.

"내집마련 꿈 돌려달라. 대구시장이 책임져라"

이들이 길고 긴 싸움에 나선 것은 부푼 꿈으로 청약한 아파트를 짓던 두성주택이 부도나고, 보증회사였던 성지주택마저 자금난에 몰려 법원에 재산보전처분신청을 냈기 때문. 지난해 6월 입주예정일이 그냥 지나갔고 성지가 약속한 입주예정일인 2월도 다가왔지만 한마음타운은 공정 40%%상태에서 유령의 집처럼 버려져 10개월째 공사가 재개되지 않고 있다.

"아파트 지붕이라도 덮어 비라도 피할수 있으면 덜 억울할지도 몰라요" 화톳불에 손을 쬐던 입주예정자 김인필씨(48.달서구 송현동)는 "이제 남은 유일한 해결자는 대구시장밖에 없다"며 "문제가 풀릴 때까지 시청 주차장을 떠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위에 나선 이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추위가 아니라 공무원과 시민들의 무관심. 생존싸움을 벌이고 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은 일조권이나 부실공사에 항의하는 시위대쯤으로 여겨버리니 더욱 외로울 수밖에 없다. 〈崔在王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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