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 말라리아 "비상"

입력 1997-01-29 00:00:00

이미 박멸된 것으로 알려진 제1종 법정전염병 말라리아가 최근 북한과 접경지대인 비무장지대에서 크게 번져 비무장지대에 근무하는 한국군을 비롯, 주한미군들 사이에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는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말라리아 감염자 1명이 지난 93년 최초로 발견된 이후 작년에는 무려 3백6명으로 급증했으며, 감염지역도 비무장지대 남쪽 3~4㎞에서 15㎞까지 확대돼 그 한계선이 차츰 남하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있다.

또한 비무장지대와 같은 북부기후대에서 말라리아 발생이 이례적인 일일뿐 아니라 비무장지대에서 채취된 말라리아 숙주인 모기(학명 아노펠레스 시넨시스)의 일반적인 행태에 비춰 이 모기에의한 말라리아 감염이 매우 예외적인 것으로 밝혀져 비무장지대 말라리아 감염이 북한의 생물무기 실험에서 비롯한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본보가 28일(현지시간) 단독 입수한 미국방부 내부보고서에 의해 밝혀졌다.주한미군 제5의무파견대장 댄 스트릭먼 중령이 작성한 보고서는 "대개 북부 기후대에서 말라리아발병은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한국에서는 분명히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지적하고 "이 시점에서 말라리아는 적극적인 예방이 필요한 커다란 문제임이 분명하다"고 강조하고 있다.보고서에 따르면 말라리아는 지난 72년을 기해 한반도에서 박멸된 것으로 선포됐으나 지난 93년1명의 감염자가 발생해 말라리아가 재발되기 시작했다는 것.

그후 94년에는 주한미군 1명을 포함해 25명의 말라리아 감염자가 나타났으며, 95년에는 그 숫자가 1백7명으로 늘어난데 이어 96년에는 한국군 2백47명과 한국민간인 50명, 그리고 주한미군 9명등 모두 3백6명으로 급증했다.

감염지역과 관련해 보고서는 "강원 영천으로부터 경기 강화도에 이르기까지 북한과의 경계를 따라 뻗어있는 좁은 지대에 한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고서는 "95년까지는 모든 발병사례가 비무장지대 내부에서의 노출과 관련됐었으나 96년에는 감염지역이 보다 넓어졌다는 증거가 나타났다"며 "미군병사에 대한 감염은 비무장지대로부터수㎞ 떨어진 미군 W기지와 북한경계로부터 최소한 15㎞ 떨어진 민간인 주거지 파주시에서 거의확실히 발생했다"고 지적, 감염지역이 점차 남쪽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강조했다.〈워싱턴.공훈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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