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 공연은 있으나 비평이 없는 대구 문화예술계.
예술의 한 축으로 문화를 살찌우는 거름인 비평문화가 지역예술계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토론도논쟁도 대안도 없는 척박한 문화토양과 비평풍토는 정체를 넘어 적막하기까지 하다.작품의 가치를 분석 검증하고 창작열을 북돋우는 비평의 환류기능을 기대하는 것이 오히려 지나친 욕심으로까지 비치는 실정이다.
지역비평가들이 그나마 쓰고있는 평론도 칭찬일색의 광고성 평론으로 스스로 비평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있다.
"그의 두드러진 조형감각은 명암의 극적인 대비로 구체화되고 있다. 순수한 아름다움을 포함하여관능적인 아름다움까지 포착해내는 미적감각과 시간의 흐름에 비례하는 작가적인 성숙이 눈에 띈다"(미술평론가 모씨의 평).
미술전시회 팸플릿 서문에서 자주 보듯 작가의 장점만을 부각하는 주례사식 평론에 머물고 혹평과 논쟁을 싫어하는 풍토가 만연돼 있다. 이 결과로 가치판단에 어두운 관람객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손진은씨(38)는 "비평이 논리성과 객관성을 갖추지 못하고 감상문 차원의 인식비평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비평가의 전문성확보를 위한 체계적인 양성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비평부재의 가장 큰 원인은 평론가의 절대적 부족과 전문성부족. 문학, 음악, 미술 등 각 분야마다 비평가라고 부를만한 인사는 손꼽기조차 어렵다. 직업평론가는 아예 없고 무용 등 일부 분야는 비평가조차 없어 서울비평가들이 내려와 평을 하는 실정이다.
지난 92년 만들어진 '대구예술 평론가협회'(미술)를 비롯해 '무천'(연극), '젊은 비평가 모임'(음악) 등 비평가 소모임이 생기기도 했으나 활동이 미미하다.
박상섭씨(39·대구문화 편집장)는 "미술의 경우 매년 1백여회가 넘는 그룹전이나 기획전이 펼쳐지지만 전시회의 성격이나 의미를 관람객에게 알릴만한 길이 없다"며 "작품해설은 있어도 옳고그름을 분석하고 논쟁의 단초를 여는 비평은 없다"고 말했다.
비평문화가 활성화되지 못한데는 혹평을 인정치 않는 예술인들의 자세도 한몫하고 있다. 예술인들은 혹평을 당할 경우 인신공격으로 받아들여 신경질적이고 물리적인 반응까지 보이기도 한다.지난해 대구연극제 공연작품을 비평했다가 관계자들의 항의로 비평을 중단한 대구전문대 김상교교수(34)는 "비평을 통해 작품의 실험성과 논쟁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며 "비평가와 연출가의 관계는 현장작업에 반영할 수 있도록 사전비평까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화와 발전의 씨앗이 되는 비평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등단기회의 확대로 필진을 발굴하고대학교육과정을 통한 체계적인 전문가 양성, 예술인들의 발전적 수용이 필요하다. 신선한 비평으로 작가세계에 긴장과 활력소를 불어넣을 때 대구문화예술도 발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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