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감독원 '한보부실' 은폐의혹

입력 1997-01-28 14:39:00

은행감독원이 한보철강 관련 대출의 부실징후를 포착했음에도 이를 의도적으로 은폐해왔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28일 금융계와 은행감독원에 따르면 은감원은 작년 하반기부터 은행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기검사 결과를 공개해오고 있으나 한보대출관련 지적사항은 하나도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보철강 여신에 대한 담보부족액이 2천억원을 넘는 제일은행의 경우 은감원이 지난해 10월 14일부터 11월 5일까지 20일간이나 정기검사를 실시해 공표한 주요 비위사항은 '재무구조가 불량한업체에 대출하고 대출자금의 일부가 다른 업체의 운영자금으로 유용된 사례'가 전부였다.1천9백12억원의 담보부족이 발생한 외환은행 정기검사(96. 7. 3∼7. 24)에서도 임원승인대상인 1억원 초과 신용여신을 지점장이 전행취급한 사례 등 극히 사소한 여신부당취급만 공표됐다.또 지방은행가운데 한보에 대한 순여신과 담보부족액이 가장 많은 충청은행 정기검사(96. 5. 24∼6. 13) 결과를 보면 본부결재없이 지점장 전행으로 4억원에 달하는 여신을 취급했다는 것이 주요지적사항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은감원이 불과 몇억원짜리 여신 부당취급 사례는 잡아내면서도 수백억∼수천억원에 달하는 한보관련 부실여신을 몰랐을리 있겠느냐며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은감원도 이와관련, 27일에야 제일은행 등에 한보여신에 대한 사후관리를 강화하고 담보확보 등을 통해 여신이 부실화되지 않도록 서면 경고했다고 공식 시인해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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