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의 부도로 인한 이른바 한보사태는 여권핵심부의 개입설까지 증폭시키며 경제문제 차원을 넘어 정치문제로 비화, 정치권을 긴장시키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보사태가 과거 수서사건 이상의 파괴력을 지닌 비리사건으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며 잔뜩 긴장하고 있다.야권은 김영삼대통령과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 그리고 민주계 실세들을 거론하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위한 국정조사권 발동등 임시국회소집을 요구하고 있다. 여권은 이같은 공세에 대해 당의 사활을 걸고 성역없이 임한다는 정면대응 자세다. 국정조사권 발동과 관련 상임위소집요구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야권의 근거없는 정치공세에는 끝까지 정면대응, 야권도 무풍지대가아님을 강조하고 있어 노동법사태로 인한 정국의 대치국면은 더욱 장기화될 가능성마저 엿보이고있다.
따라서 빠르면 이번주 중에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한 총무접촉과 상임위 소집도 이뤄질 전망이다.한보사태와 관련한 여권의 입장은 일단 정면대응이다. 자칫 이문제가 임기말의 권력누수와도 연결될 기미마저 보이고 있어 사태의 조기진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김철대변인이 27일 "우리는 선거에 임한다는 자세로 이 문제에 대해 주저없이 응하겠다"는 언급을 한 것만 봐도 여권이 이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는가를 알 수 있다. 김대변인은 "한보사태의 진행 흐름에대단히 위험한 징후가 있다"며 "당의 사활을 걸고 철저하게 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여기에는 특히 김영삼대통령의 귀국과 동시에 청와대가 여권의 심장부까지 거론하는데 대해 강경대처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이 계기가됐다. 대통령까지 거론되는 마당에 손을 쓰지 않고 가만히있다가는 사태가 제어할 수 없는 단계로 발전할 지도 모른다는 인식을 한 듯하다. 또 이 단계에서 야권의 공세를 차단해야 정국의 주도권도 유지할수 있다는 판단도 한 몫했다.26일과 27일 여권의 핵심인사들로부터 나오는 이야기는 비장감마저 엿보인다. 신한국당 한 고위관계자는 "측근이든 주변이든 부정이나 잘못이 있다면 반드시 파헤쳐질 것이고 뭐가 있다면 명명백백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보사태 배후인물로 지목받고 있는 김대통령 차남 현철씨가언론에 결백을 주장하고 나선 것도 여권의 정면대응 분위기를 전하는 한 단초가 될 수 있다.여권은 기본적으로 한보사태를 과거 권력형비리와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즉 철강업 진출시기가 전정권에서 있었던 일로 그 이후 어쩔 수 없이 대출을 늘려 나간 것으로 현 정권 핵심과는 무관한 일임을 입증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여권은 사실의 명백한 입증과 함께 야권의 정치적 공세에 대해서는"정치지도자라고 해도 근거없는 이야기를 했다면 책임져야 한다"며"야권에 부메랑이 돼서 돌아갈 것"이라는 말로 분명하게 짚고 넘어갈 것임을 경고했다. 가능한 모든 방법, 즉 법적대응까지도 포함하는대응책을 강구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야권도 사정조사 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을 것임을 은근히 암시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여권이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보 부도사태로 인한 하청업체의 자금난과 연쇄도산사태를 막아야 하는 부담은 여권의 몫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이같은 적극적인 사태수습 노력에도불구하고 이미 국민들 사이에 여권의 핵심이 연루됐다는 루머가 근거있게 나돌고 있다는 점은 검찰의 수사가 끝이 나고 이 사태가 일단락된 뒤에도 좀처럼 숙지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어 여권의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정면대응 방침을 정한 여권으로서도 이는 가장 부담스런 대목이 아닐 수 없다.〈李東寬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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