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정국 국면전환 움직임

입력 1997-01-24 14:30:00

여야는 영수회담이후 대화국면으로 전환했으나 여전히 대화부재의 대치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등 야권은 노동관계법등 날치기법안의 원천무효를 주장하면서 대화 재개의 명분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외견상으로 야권의 기존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양당은 23일 반독재투쟁공동위를 다시 열어 날치기법의 재심의 주장을 거듭 확인하면서 대여 압박공세를 계속했다. 국민회의 김대중총재도 22일서울지역 지구당기간당직자 연수특강을 통해 "날치기법의 처리는 그 불법성을 분명히 규정함으로써 다시는 이러한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재심의주장을 굽히지 않았다.물론 영수회담이후 더욱 강경한 자세를 고집하고 있는 자민련 김종필총재 역시 여권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대화부재 상태가 계속되면서 야권도 조급해지고 있다. 현 국면이 유리하다고 해서 무작정여권의 자세 변화를 기다리고 있기에는 야권이 감당해야할 부담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신한국당이 "야당이 대화를 기피하고 있다"며 여론을 통해 압박하기 시작했고 파행정국의 책임을반분하지 않을수 없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국민회의 김총재는 "솔직히 여론에 어떻게 비칠지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라며 속내를 털어 놓았다. 자민련 안택수대변인도 "야당도 명분이있어야 국회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서'재심의 전제없는 여야대화는 거부한다'는 야권의 강경드라이브의 이면에서 DJ가 국면전환을 꾀하고 있다. 그는 22일의 특강에서 "가능한 한 빨리 시국을 완전히 풀어서 국민을 안심시키고 경제 회생을 위해 정치권이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과 고민을 안고 있다"며 여야대화를 통한 정국해법 모색을 시사했다. 그의 간접화법은 재심의에 집착하고 있는 야권이'명분'을 찾기만 하면어떤 식으로든 정국수습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비친다.

사실 그는 파업정국이후 온건투쟁론을 주장해 왔고 영수회담 이후에도 유화적 자세를 견지하는등 김영삼대통령과 김종필총재 사이에서 중립적 관리자로서의 이미지 구축에 진력해 왔다. 그는여야 대화단절로 인한 정국 파행상태의 장기화는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자신에게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겨줄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반면 자민련은 여전히 강경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자민련의 강경론은 김종필총재가 주도하고 있다. 영수회담에서 집단탈당 사태에 대해 성의있는 대답을 얻어내지 못한 김총재는 향후 대선전략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도 있는 추가탈당 방지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대여 압박을 계속할 수 밖에 없는 속사정을 안고 있다. 그래서 DJ의 방향전환은 JP의 동의를 얻어 내야 가능하다. 대선을 앞두고 야권공조를 최우선의 과제로 여기고 있는 마당에 JP를 자극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야권은 대화를 통한 정국수습이라는 수순을 인정하면서도 아직까지는정부 여당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높다고 보고 대여 압박을 계속하면서 대화를 서두르지는 않고 있다.〈徐明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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