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드라마 '사랑할때까지'에 나오는 영진(유혜리 분)은 현대 여성들의 농촌관을 대변한다. 갑자기 회사에서 쫓겨나자 농사짓고 돼지키우며 살겠다고 시골로 내려간 남편 범태순(홍륜의 분)과는달리 "냄새나는 농촌에서 절대 못산다"고 고집하고 있다. 극중 영진만이 아니라 대부분 여성들의생각도 마찬가지이다. 당장 농사짓기가 힘들고 자녀교육이 어려우며 생활을 즐길 수 없는 농촌행은 절대 사절이다. 선진국의 풍요로운 농촌생활과는 달리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힘들다는 반증이다.
이런 가운데 민족의 생명줄인 농업을 지키기 위해 경북지역 여성농민들이 지난 90년에 발족한 경북여성농민회(회장 김태숙)는 여럿이, 또 함께 모여 여성농민문제를 해결해나가려는 자생적인 모임이다.
지난해 연말, '경북지역 여성농업인의 실태와 정책방향'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경북도, 경북대 농업과학기술연구소)을 통해 그들의 존재를 널리 알린 이 모임은 여성농민 여름수련회(7월말 내지8월초), 여성농민들의 사기를 올려줄 한마당잔치 등을 구상하고 있으며 대선에서 '여성농민 대개혁안'이 받아들여지도록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이 모임 김도희총무는 "특작 경제작 위주로 전환되면서 농업노동력이 여성화하고 있는데도 관계당국에서는 여성농민들을 농업의 보조자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면서 이 모임이 여성농민들의 3중고(농업노동·가사·육아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아갈 것이라고 밝힌다.
89년 3월 소모임을 발판으로 90년에 경산군 들불여성농민회, 청송군 현서면 여성농민회, 상주시한마음회등 각 군의 실정에 맞는 모임들이 만들어졌다. 이후 안동 청송 성주 상주 의성 경산 군여성농민을 회원으로 하는 경북여성농민회가 92년 2월에 정식으로 돛을 올렸다.관변 여성농민 모임과는 달리 자발적으로 필요성에 의해서 출범, 여성농민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누구보다 절실히 깨달은 경북여성농민회는 △경북도의 창구개설 △복지에 가까운 건강상담을할 수 있는 보건소 △면단위 탁아소 개설 △올해 창립될 경북도 여성개발원 내의 전담부서 개설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경북대 농경제학과 이호철교수는 "농업의 특작화로 비닐하우스에서 접붙이고 수확하고 하는 모든과정에서 여성농민의 참여 비중은 엄청 높아졌으나 남존여비 의식은 여전하다"며 이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결성된 이런 모임들의 활동이 없다면 우리 농촌의 앞날도 없을 것이라고 잘라말한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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