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경화때문에 먼 구룡포에서 거의 10년동안 정기적으로 찾아오시던 할머니 한 분이 계셨다. 그날도 진찰을 받고 나가시면서 비닐봉지 하나를 넘겨 주셨다. 버스타고 대구까지 오는 동안 혹시 식지나 않을까 신문지에 두툼하게 싼 삶은 문어 봉지였다. 애인으로부터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이유는 물건이 비싸서도 아니고 좋아서도 아니라 애인의 마음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내 진찰실을 찾는 많은 환자중 절반이상은 별 병도 없이 고달프신 분들이다. 병에 걸렸을 것이란생각, 그리고 그 병으로 결국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에 사로잡힌 사람들이다. 정상으로 나온 검사결과를 잘 설명해주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적십자 헌혈차에 들러서 헌혈 한대롱 하시고 가시지요'라고 권하면 '아! 나도 남을 위하여 헌혈할 만큼 건강하다는 말이구나'하고 안심을 한다. 이렇게 감사하는 마음은 상대적이기도 하다.
인간은 빈손으로 태어나서 절대적으로 남의 도움을 받아가며 성장하여 독립하게 된다. 독립했다지만 사실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나의 건강회복에 대해서 의사한테만 감사하면 끝날 일인가? 내 생명의 존재에 대해선 부모한테만 감사하면 족할 것인가? 모든 인간은 무한히 감사할 조건을 가지고 산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은 남을 사랑하게 되고 봉사하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
내가 더 손해보는구나, 나만이 뒤떨어졌구나, 나는 참으로 허약하구나, 왜 나만이 가난할까? 이런생각들이 나를 우울하게 만들고 남을 시기하고 미워하고 싸우게 만든다. 생각을 바꿔보자. 내가가진 것으로 충분하다. 나는 건강하다 하는 생각으로 말이다. 이런 생각은 감사하는 마음에서 비롯될 수 있다. 우리는 감사하는 심성이 너무 부족하다. 그럴때마다 나는 구룡포 할머니를 생각해본다.
〈동산의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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