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
"정부-노조 싸움에 회사 등이 터질 판입니다"
지역 염색업체의 노무담당 상무 김모씨(53)는 정부에 분통부터 터뜨렸다. "말 안 통하는 외국인까지 데려다 쓰는 터에 정리해고시킬 인력이 어디 있습니까. 공연히 벌집을 건드리는 바람에 적자에다 파업으로 생산차질까지 생겨 설을 어떻게넘길까 걱정입니다"
김상무는 노조에도 비난을 퍼부었다. "정상가동돼도 월 3억원 적자인줄 뻔히 아는 노조가 단대목에 일을 안하니 얄밉습니다. 노조는 데모라도 해서 스트레스를 풀지 모르지만 우린 어디 가서 하소연합니까"
실익도 없는 노동법때문에 고통을 당하니 때리는 시어머니나 말리는 시누이나 모두 밉다는 것.성서공단에서 직물공장을 운영하는 김모사장(36)은 업주와 근로자를 위해 정리해고제는 반드시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 "개정 노동법이 시행되면 즉각 정리해고를 단행할 생각 입니다. 다른직원에게 피해를 줄 정도로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직원을 그냥 두면 동료들도 손해지요"노동자의 생존권을 얘기하자 김사장은 모르는 소리 말라는듯 손을 내저었다."잘못을 나무라면 나가라는 소리 안하느냐고 되물어요. 해고수당 받아 다른 회사로 가겠다는 거지요. 한 공장에 1년이상 근무하는 아가씨를 찾기 힘듭니다"
개정 노동법이 시행되면 지역 중소기업에도 살생부(殺生簿)가 나돌 것임을 예감케 하는 대목이다.그러나 지역 중소기업인들은 노동법의 내용이 아니라 어떻게 적용하는가에 관심이 더 많았다.정리해고제와 변형근로제가 도입됐다고 '칼'을 마음대로 휘두를 경우 회사가 근로자들에게 애사심을 요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회사를 적으로 삼는 근로자에게 더 나은 처우를 약속할 사용자도 없기는 마찬가지.
공작기계의 선두주자인 대구중공업 여인영사장(51)은 "우리는 노동법이 필요없다"고 장담한다. "직원들 덕에 살고 있는데 정리해고는 왜 합니까. 노사가 서로 위해야 회사가 발전되죠. 노동법이문제가 되는 것은 상호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여사장의 말대로 이 회사는 직원이 한번 들어오면 나가지 않는다. 정년퇴직해도 연봉 계약을 맺어 다시 일하는 사람만도 4명. 식당 주인도 18년째 그대로다.
이 회사에서 22년째 근무하고 있다는 권영철씨(43)는 "당장 회사를 나가도 한달에 1백만원을 더벌 자신이 있지만 회사 분위기가 좋아 일한다"며 "지금까지 회사를 나간 사람은 공장을 지어 자립한 1백여명 뿐"이라고 소개했다.
대구중공업은 지난 82년 2차 오일쇼크로 법정관리신청을 할 정도로 위기에 빠진 적이 있었다. 그때 직원들은 상여금을 반납하고 잔업과 야근을 자청해 회사구하기에 나섰다. 노사가 한가족이었던 셈.
"돈 버는데 혈안이 돼 직원을 소모품으로 생각하면 그 회사 안돼요. 일 할 분위기만 만들어주면게으른 사람 없습니다"
몽양(夢陽) 여운형선생의 종손자인 여사장은 "지금은 노사가 싸울 때가 아니라 창의성을 발휘해기업을 일으켜 나라를 살릴 때" 라고 힘주어 말했다.
대구중공업은 창업후 53년 동안 하루도 공장을 멈추지 않았다. 〈崔在王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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