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橋正행정 亂脈相 척결해야

입력 1997-01-21 00:00:00

우리사회를 지탱할 수 있는 기본요소인 치안행정이 과연 있는지 극히 의심스럽다.국가안보와 직결된 군부대에 가짜장교가 들어가 현역장교로부터 무기를 받아 유유히 잠적하질 않나 경찰관이 밤엔 떼강도의 주범으로 행세를 하질 않나, 파출소 코앞에서 조직폭력배들이 보복살인극을 벌이질 않나, 지금 우리사회의 기강해이는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같은 치안부재속에 살인강도를 저지른 무기수가 부산교도소를 탈옥한 사실까지 불거졌으니 설상가상으로 어이가 없다.

사회의 치안이 극도로 허술해 국민들이 경찰조차 믿질 못하고 불안과 공포속에 떨어야 하는 마당에 가두어 둔 죄수마저 도망갈 만큼 교정행정조차 구멍이 뚫려 엉망이라면 정말 우리사회는 총체적인 치안위기에 봉착한 셈이다.

그것도 같은날 부산교도소에 이어 군산교도소에서도 가석방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죄수가 탈옥을했다니 교정행정에 구멍이 뚫려도 보통 뚫린게 아니다.

어느 나라에서 하루에 두건의 탈옥사건이 저질러진단 말인가. 치안행정기강의 문란이 국민들이공포에 떨어야 할지경이다. 더욱이 치안의 이중 잠금장치라 할 수 있는 교정행정마저 이 모양으로 허술하기 짝이 없다면 그 사회는 이미 통제력을 상실하고 있는 징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부산교도소의 무기수 탈옥사건개요를 살펴보면 이건 마치 각본에 따라 연출된 영화장면같다는 느낌을 준다.

2m높이의 감방 통풍구를 뜯고 나가면 교도소내 신축교회 철제담벽밑을 파들어 가게 돼 있고 허문외벽 대신 임시로 쳐놓은 4m50㎝의 담벽을 넘어갈수 있도록 철제 지지대가 준비돼 있다. 교도소를 빠져 나가 1.5㎞지점의 농장엔 양복·구두에 도주할 수 있는 자전거를 훔칠 수 있도록 돼있다니 이걸 우발적 범행으로 볼 수 있겠는가. 이렇게 시설이 허술하다면 특별경비를 세우는게당연한데 탈옥한 담벽 양쪽에 있던 경비초소에서마저 전혀 낌새를 못차렸다니 내부공모의 의혹이가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철저한 탈옥 준비를 했다해도 이렇게 치밀하게 고비고비마다 도주할도구들이 철저히 갖춰져 있을수는 없다. 내부 방조자가 없고서는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그동안각종 사정(司正)에도 교도소는 제외됐고 가리워진 그늘속에서 '교정비리'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있다는게 출소자들의 얘기이고 보면 이번사건은 이미 예고된 사건으로 치부할 수밖에 없다. 감독기관인 법무부는 이번사건의 범인검거와 진상규명은 물론이고 이를 계기로 항간에 떠도는 온갖 '교정비리'를 국가기강확립차원에서 대대적인 척결을 해주기를 당부한다. 국가사정의 당위성은 바로 이런 '위험수위'를 정상으로 되돌리는데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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