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양김 뭘 요구했나

입력 1997-01-21 00:00:00

국민회의 김대중총재와 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21일 청와대 영수회담에서 날치기처리된 노동관계법과 안기부법등 11개법안의 원천무효와 민노총등 파업지도부에 대한 형사처벌방침 철회를 공동으로 강력하게 요구했다.

한마디로 임시국회를 열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것이다. 두 김총재는 날치기처리로 인해 궁지에 몰린 쪽은 여권이지 우리가 아니라는 인식을 바닥에 깔고 회담에 임했다. 그래서 노동관계법에 대해서는'재개정'이라는 용어를 쓰지도 않았다. '재심의'라는 것이다. 두 김총재는 노동관계법과 안기부법등 날치기처리된 법안들이 본회의에 계류된 상태에서 야권이 수정안을 제출, 이를심의해 통과시켜야한다고 주장했다.

두 김총재는 재개정을 한다는 것은 날치기처리를 합법화한다는 것인데 지난해 12월 26일의 새벽날치기자체를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재심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양김총재는 재개정을 한다면 법원의 위헌제청을정치권이 무력화시키는 모순을 빚는다며 이같은 강경한 입장을 피력했다.그래서 두 김총재는 이부분에 있어서는 한 목소리를 냈다.

물론 이번 영수회담의 최대현안은 노동관계법개정문제라는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두 김총재가이날 회담에서 내심 중점을 둔 데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국민회의 김총재는 안기부법의 철회문제에도 노동관계법과 똑같은 무게를 실었다. 그동안 노동법사태에 묻혀 제대로 쟁점화도 못했지만 대선을 앞두고 안기부법개정문제를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김영삼대통령이 야당시절 국가보안법철폐를 주장했던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안기부법철회를 강도높게 요구했다.

전날인 20일 열린 국민회의간부회의에서도 안기부법을 영수회담의 핵심의제로 삼아야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 김총재는"여당이 안기부법을 날치기한 것은 대선을 앞두고 국민을 협박하여 공포정치를 하기위해서"라며 안기부법의 철회를재차 촉구했다. 대선을 염두에 두고있는그로서는 노동관계법보다 안기부법철회가 보다 현실적인 문제임에 틀림없다.

안기부법에 대해 자민련 김총재는 절차상의 문제만 거론하는등 DJ와는 접근 시각이 달랐다. 반면그는 지난연말 최각규강원지사를 비롯한 소속의원들의 집단탈당등을 여권의 공작정치탓이라며 김대통령의 사과와 재발방지약속을 요구했다.

두김총재는 그밖에 노동계의 파업사태등 비상시국을 초래한 원인이 정부여당의 불법날치기에서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면서 재발방지와 파업지도부에 대한 고소,고발철회등 형사처벌방침철회를 강하게 요구했다. 앞으로도 있을지 모를 소속의원 빼내가기에 대해 이참에 약속을받아내겠다는 의지도 없지않았다.

영수회담에 앞서 두 김총재가 20일 각각 간부회의를 열어 당내의견을 수렴한데 이어 오후에는 양당의 한광옥 김용환총장과 박상천 이정무 총무가 각각 만나 영수회담에서 제기할 양당의 공동입장을 조율하는등 빈틈없는 공조분위기를 재확인했다.

〈徐明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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