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TV토론 "딜레마"

입력 1997-01-20 15:04:00

민주노총과 신한국당간의 TV토론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김수환추기경이 민주노총 입장에 손을들어줌에 따라 신한국당의 곤혹스런 표정이 역력하다.

민주노총과 신한국당간의 TV토론 개최를 둔 공방의 핵심은 노동관계법과 관련, 노동단체와의TV토론을 제의했던 신한국당이 민주노총에서 TV토론 제의를 전격 수용하면서 '신한국당 이홍구(李洪九)대표와 권영길민주노총위원장간의 토론및 권위원장의 신변안전보장'을 조건으로 제시하고 나오자 '수배노동간부'와의 대화에는 응할 수 없다고 거부하고 나온데서부터.신한국당 이대표는 이와 관련,지난 17일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인사와 TV토론을 하기는 어렵다"면서 "법적 문제가 없는 다른사람중 토론대표를 뽑는다면 내가 나서겠다"고 밝힌바 있다.이처럼 민주노총과 신한국당간 주장이 평행선을 이룬 과정에 김추기경은 지난 18일 신한국당의이한동, 박찬종고문을 잇따라 만난 자리에서"TV토론을 받아들이겠다고 한 사람을 범법자로 몰면서 어떻게 대화를 하겠다는 것이냐"면서 "명분과 체면을 찾다가는 해결이 안되는 만큼 신분 보장을 해주고 민주노총이 TV토론에 나오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력 권유한 것.

가뜩이나 수배자 배제원칙을 들고 나오며 TV토론 제의를 사실상 거부한데 대한 비판적 여론에전전긍긍해온 신한국당으로서는 결정타를 맞은 셈이다.

신한국당 당직자들은 김추기경의 말을 정면으로 반박할 경우 파문이 확산될 것을 우려해 직접대응은 자제한 채 기존 원칙만을 고수하며 벙어리 냉가슴. 특히 이를 전해들은 이대표가 곤혹감속에 한마디 촌평한다는 것이 말이 꼬였다.

그는 "로마시대로 되돌아 간 듯하다"며 "로마제국의 케사르시절에도 교황과 황제가 의견을 달리한 적이 있었다"는 적절치 않은 언급으로 거듭 수배 노동간부와의 토론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친것. 또 다른 파문을 불러올수도 있는 언급을 한 것이다.

야당측이 이를 호재삼아 공세에 나선것은 당연지사. 정동영대변인은 이대표 언급을 물고 늘어져"시대착오적 망언"이라며 "대통령이 황제라는 뜻인지 명백히 해명하라"고 다그쳤다. 박선숙부대변인은 "오죽하면 김추기경조차 조건없는 토론을 촉구했겠느냐"고 말했고 자민련 심양섭부대변인도"김추기경의 지적은 매우 시의적절한 언급"이라며 "이대표가 이제 와서 범법자 운운하는 것은 궁색하기 짝이 없는 변명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裵洪珞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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