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겨울산에서

입력 1997-01-20 14:20:00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겨울산은 특별한 재미가 있다. 흰눈이 덮인 능선을 걸으면서 대자연의장엄한 파노라마를 보는 것은 겨울산에서만 느낄수 있는 정취이다.

겨울산을 오를 때는 따끈한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취사도구를 사용하면 좋겠지만산불에 대한 우려때문에 통제를 하고 있다. 하지만 산에서 보면 보온 도시락을 가지고 오는 사람들보다는 어떻게 가지고 왔는지 불을 피워 음식을 조리하는 사람들을 더 쉽게 만날 수 있다.그들은 먹을 거리를 잔뜩 준비해와 배불리 먹고 남은 갖가지 음식 찌꺼기를 산짐승의 먹이라며한켠에 고스란히 버리고 간다. 그럴 때에는 눈이 덮여먹이를 찾기 어려운 산짐승을 생각하는 사뭇 자비로운 마음까지 내는 것이다.

사실 겨울 산중에는 산짐승들의 먹을거리가 부족하다. 폭설이라도 내리면 어떤 짐승들은 사람 사는 곳까지 먹이를 구하려고 내려오기도 한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산짐승들의 먹이까지 걱정하는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를 한번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야생의 산짐승들은 그들대로의 생존법칙이 있다. 그들은 인간이 기르는 가축이 아니다. 만약 그들이 등산객들이 버리는 음식 찌꺼기로 배를 채우기 시작하면 거기에 맛을 들여 거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야성을 잃어 버릴지도 모른다.

수년전 도토리 묵이 건강식으로 인기를 끌 때에 서울 근교 산에서 등산객들이 도토리를 모조리주워가는 바람에 많은 다람쥐들이 굶어죽은 일이 있었다.

사람들이 음식 찌꺼기를 버리면서 베푸는(?) 얄팍한 자비심은 오히려 자연의 법칙을 깨뜨릴 수있음을 알아야 겠다.

우리가 그들에게 베풀 수 있는 최고의 자비는 그들을 귀찮게 하거나 해치지 않는 것이다. 그들의양식은 마구 뺏어오면서 음식 쓰레기를 먹이라며 남기는, 이런 생존 규칙을 교란하는 난센스를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주)우방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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