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청장 박현수씨(45). 오묘한 색의 세계를 종교와 예술의 경지로 이끌어내는 마술사다. 20세때 친구따라 절에 놀러갔다 우연히 처음 접한 단청일이 평생의 업이 된지 25년째. 불혹(不惑)을 넘었으나 박씨에게 단청작업은 갈수록 어렵기만하다.
단청의 멋과 맛을 알수록 범접하기 힘든 신성한 마력을 지니고 있다. 작업에 몰입하다보면 모든기가 다 빠져나가 버린 듯한 탈진과 공허. 그 참담함을 딛고서야 비로소 단청이 살아 움직이는것을 박씨는 느끼는 것이다.
단청은 파랑 빨강 노랑 흰색 검정등 다섯가지 색을 기본으로 건축물에 여러가지 무늬와 그림을그려 아름답고 장엄하게 장식하는 것을 뜻하는 건축용어. 무늬는 한건물에도 각 부위와 장식구성에 따라 달리 나타나며 색채 구사에도 일정의 법칙을 가져 기기묘묘한 색의 조화를 이룬다."단청일은 역마살과 신명없이 할 수 없습니다"
일년중 절반이상을 집밖에서 보내야할만큼 고독한 작업이다. 게다가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던 과거에만 해도 입에 풀칠조차 하기 힘들었던 기피직종. 그래서 과거의 유명한 단청장들은평소 집에서 농사를 짓다 사찰에서 일거리가 생겨 부르면 천리도 마다않고 쫓아가 지극정성으로단청작업을 하곤했다. 그의 스승 송곡(松谷) 조정우옹역시 그런 역경을 딛고 살아온 불교미술계의산 증인이다.
최근들어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면서 단청에 뛰어드는 젊은 층들이 늘고있으나 박씨는기(技)만을 중시하는 풍토를 늘 안타깝게 생각한다.
단청에 대한 그의 철학은 충만한 정신세계의 구현. 그래서 박씨는 늘 목욕재계를 하고 정갈한 마음으로 불국토를 꾸미는 장엄한 작업을 시작한다. 또 단청이 불교미술의 한 갈래인 만큼 불교에대한 이해없이는 참된 작업이 될 수 없다고 박씨는 단언한다. 그래서 박씨는 틈이 날때마다 불교경전과 불교미술서적을 뒤적거리며 쉼없는 이론연구에 몰입한다. 또 젊은 20대 에 두번이나 결심했던 출가의 좌절은 박씨에게 더욱 진지한 단청작업의 동기를 부여하곤한다.
지난 90년때의 일이다. 천주교 성지 대구 관덕정에 단청일을 해달라는 부탁이 들어왔다. 전통한식지붕에 가톨릭적 색채를 가미하는 유례가 없는 작업이었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그가 한달여간 가톨릭교리연구에 몰입, 관덕정의 단청은 충실한 가톨릭적 색채의 옷을 입을 수 있었다.
단청은 사찰이 밀집한 산중(山中)을 중심으로 금강산파 사불산파 계룡산파 불모산파 조계산파등각 문중별로 발전을 거듭하면서 숱한 명장을 배출해왔다. 박씨역시 독특한 색감과 완벽한 밑그림에 강한 면모를 보였던 조계산파의 정통 맥을 잇고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독특한 조화와 따뜻한 정감의 색상.문양을 가진 우리나라 단청이 일본이나 중국 것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지적한박씨는 "단청은 답습이나 모방이 아닌 전통규범의 바탕위에서 창작발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柳承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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