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났어" 시대극에 웬말?

입력 1997-01-16 14:04:00

"왜? 화났어?"

SBS '임꺽정'에서 황천동이(김홍표)가 백이방의 딸 옥련에게 한 말이다. 당시에는 전혀 쓰지 않던 현대적 표현이다.

어울리지 않은 표현과 잘못된 사투리가 드라마의 재미를 떨어뜨린다. 특히 사극의 경우 정확한고증없는 '신세대 표현'들이 등장해 시청자를 당혹케 한다.

'임꺽정'에는 이외에도 "산에 가봤어?""이리 와봐"등 현대어가 대거 등장한다.사극에 빈번히 쓰이는 '○○하겠습니다''가겠습니다'도 엄밀히 말하자면 잘못된 말. '겠'은 19세기에 와서야 생겼다. '○○하니이다''가리이다'가 조선시대식 표현이다.

지나친 고어식 표현이 시청자와 거리감을 만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시청자들에게 거부감이 들지 않는 범위에서 현대어로 순화시킨다. 그러나 '임꺽정' 같이 완전히 현대식 표현으로 일관하는 것은 자제돼야 한다고 국어학자들은 지적한다.

또 SBS '형제의 강'에서는 '무국적'사투리가 난무한다. 서울말과 전라도 경상도 사투리가 뒤섞인듯한 애매한 사투리다. 특히 주인공 박상민(준식) 염정아(소희) 임상아(정자)가 심한 편. 사투리흉내만 내는 식이다.

경북대 국문과 이상규교수는 "경남사투리는 장단(長短) 없이 고저(高低)만 있는데 이들의 사투리연기는 모두 길게 발음하고 있다"며 "'○○○했어예'의 '예'도 경남보다는 대구 경북쪽에 가까운표현"이라고 말했다. 박상민이 자주 쓰는 "○○합니더"도 "○○한다 아입니꺼"로 바뀌어야 그럴듯한 경남 사투리가 된다고 지적했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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