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사회복지 후진국

입력 1997-01-16 00:00:00

"인문계 고교 진학 기회가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시설 청소년들은 중학교때부터 공부에 애착을 보이지 않습니다"

베다니농원 김재선원장(47)은 시설아동들이 일반인의 편견과 정부의 교육기회 제한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했다.

ㄱ여고에 다니는 이수진양(가명·18)은 대구지역 아동복지시설 출신의 몇 안되는 인문계 여고생이다. 중학교 때부터 공부에 남다른 소질을 보여 이양은 시설 원장과 몇몇 독지가의 도움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

이양과 비슷한 처지에 있었던 친구들도 중학교 학급 성적이 웬만큼 뛰어나지 않으면 고교진학 때실업계를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시설에선 최근 3년간 중학교를 졸업한 15명 모두 상고·농고·공고 등에 나눠갔다.

몇년 전부터 시설 청소년들도 평등한 교육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여론이 일자 대구시가 뒤늦게인문계 학생 학비보조를 하기로 했다. 그것도 지난해 학급 석차 30%%안에 들 경우에만 수업료를지원해 수혜자가 거의 없었을 정도다.

사회복지전문가들은 "대구의 아동복지시설에서 자라는 아동·청소년들이 올 1월 1천1백여명이지만 교육 여건은 80년대 초반과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오히려 사회의 부(富) 축적 정도와 비교하면 상대적 빈곤감이 더욱 커졌다고도 한다.

하루 쌀 3홉, 부식비 1천3백33원, 한달 용돈 4천5백~1만원이 시설아동청소년을 위한 모든 것이다.보통 가정에서 중학생 자녀를 위해 20만원 안팎의 사교육비를 쓰는 것과 큰 대조를 보인다.수진이도 대학에 들어가면 보육원 원장이 부담해야 할 몫은 더욱 늘어난다. 시설출신의 대학생들에겐 한푼의 교육비 지원이 안되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척도가 장애인·시설아동·저소득층에 대한 복지후생 수준이라면 국민소득 1만달러를외치는 우리나라는 여전히 후진국인 셈이다.

〈全桂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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