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정치 경제면에서 상당한 대국으로 성장했으나 남을 이해하는 정신적인 면에선 여전히 소국(小國)의 범주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최근 일본이 구렁이 담넘어가듯 처리하려는 종군위안부 문제의 보상금 지급계획을 보고 세계적인 지도국가로선 아직 자격미달이란 생각을 지울수 없는 것이다.
일본의 '여성을 위한 아시아 평화기금'이란 거창한 이름의 민간단체는 일본정부를 대리하여 우리나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7명에게 5백만엔씩을 오는 20일까지 지급키로 합의하여 한일간의 외교적 마찰을 빚고있다. 이 '기금'은 종군위안부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면서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총리가 '일본국 내각 총리대신'이란 공식직함으로 "국가로서 도의적 책임을 느끼며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말씀을 드린다"는 요지의 사죄편지를 곁들일 예정이어서 우리를 실망스럽게 하는 것이다.
일본은 92년 이전까지는 종군위안부의 실체를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도저히 발뺌할 수없는 역사적 사실의 강제성과 군(軍)의 관여를 인정한후 최근에 그 사실을 교과서에 수록했으나 일본내 국수적 극우파들의 반발이 심해 삭제논란이 일고있다.
일본정부의 태도 또한 애매모호하다. 증거가 명백한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기 어려워 인정하긴 했지만 법적인 책임을 지기는 싫은 것이다. 법적 책임을 지게되면 국가대 국가차원의 배상이 따라야 하고 나라의 체면이 말이 아니기 때문에 이 문제만큼은 정부가 앞장서지 않고 민간단체로 위장한 '기금'을 통해 종군위안부들의 보상문제를 떠맡긴 것이다.
일본 종군위안부 문제를 두고 항상 잔꾀를 부리자 유엔인권위원회는 이 문제와 관련 법적 책임을인정하고 국가차원의 배상과 사죄를 권고하고 있다. 또 국제노동기구(ILO)와 미국 법무부도 위안부문제는 국가차원의 범죄행위란 결론을 내렸으며 미국은 지난해 전범 16명의 입국금지를 발표하여 일본의 명예에 먹칠을 하기도 했다.
앞서 나열한 것은 가해자인 일본의 잘못이라면 피해자인 우리정부도 위안부들에게 성의있는 생계대책을 세우지 못한 잘못을 저질러온 것도 사실이다. 담당부서인 외무부는 이번 보상금 지급결정사실조차 상황을 제때 파악하지못했을 뿐더러 종군위안부들이 왜 일본의 민간차원 보상금을 수용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들의 피폐한 생활상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내실(內實)없이 어떻게외압(外壓)을 이겨낼 생각을 했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일본은 국가차원의 사죄와 배상을 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위안부 문제에 접근해야 하며 우리정부도 보다 진지한 자세로 이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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