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 시국(이대표)최대 정치 고비

입력 1997-01-13 00:00:00

여권내 유력 대선주자인 신한국당의 이홍구대표는 요즘 마음이 심란하다. 표정도 평소의 온화스런 모습과 달리 근심이 짙게 배어있다. 확산일로로 치닫고 있는 노동계 파업사태때문이다. 작년말국회기습처리 직후만 해도 기세가 등등했으나 이제는 사태해결에 편한 날이 없다. 그로서는 지난해 5월 취임이후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당내에서조차 이번 사태에 대한 대처방식을 놓고 대선주자들은 물론 중진, 초선의원 가릴것 없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당대표로서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사실 이대표측은 기습처리 이후 매우 고무되어 있었다. 한명의 이탈자도 없이 일사불란하게 일을처리, 당대표로서 역할을 충분히 했다. 그리고 경제회생의 발판을 만들었다고 자부했다. 또 약한이미지를 일거에 추진력있는 지도자로 탈바꿈시켜 놓았다.

이런데다 지난 7일 김영삼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을 통해 당정개편이 당장 없을것이라고 언급하자'확실한 대선주자'로 자신감을 갖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법 개정파문이 현정권을 최대위기로 몰아가자 이대표로서는 가만히 앉아 사태를 지켜볼 수만은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는 10일부터 사태진화를 위해 긴박하게 움직였다. 이날 전격적으로 한국노총을 찾아갔고 11일에는 기자간담회를 자청, TV토론회를 제의했으며 일요일인 12일에도 사회원로들과 초선의원들을 접촉하는 등 초조한 행보를 계속했다.

이대표의 깊은 시름은 앞으로 해결 조짐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여야 영수회담이나 노동법 재개정등은 대통령의 몫으로 자신이 개입할 소지가 거의 없다. 겨우 방패막이 구실로 홍보, 설득강화그리고 보완책 마련이 고작이다. 이대표자신도 "이들사항은 내소관이 아니다"고 일축하고 있다.물론 법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으나 전면 재심의인지 아직 불분명하다.특히 당내에서조차 지도력에 대한 비판이 연일 쏟아지고 있어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당일각에서는 "이대표가 청와대의 무리한 법안처리 방침에 대해 제동을 걸기는 커녕 도리어 민노총의합법화를 3년간 유예하는 데 주도, 화를 자초했다"는 볼멘소리마저 나오고 있다.한편 정가는 이번 사태의 결과 여하에 따라 이대표의 위상이 큰 변화를 겪을 것이란 관측들이다.사태가 잘 해결되면 이대표는 유력 대선주자로의 위치를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김심(金心)측면에서 더욱 그렇다. 그러나 기습처리 주역으로 낙인이 찍힐 경우 받는 손실은 감수해야 한다.만약 이번 사태가 악화되고 여권이 만신창이가 된다면 이대표는 결정적인 타격을 받게된다. 그래서 향후 있을 당정개편에서 희생양의 신세로 전락할 공산도 있다. 한 측근도 "지금 매우 어려운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미 야권은 이홍구대표에게 집중적인 비난을 퍼붓고 있다.〈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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