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부업 붐

입력 1997-01-11 15:08:00

"앉아 당할 수만은 없다" 남편이나 아내나 모두 격렬해졌다. 이름하여 '고용불안시대'. 명예퇴직때문에 안그래도 불안하던 차, 정리해고제까지 법제화되자 사회전반이 변하고 있다. 인심까지 달라지고 있다.

위기를 느끼는 주부들이 먼저 나섰다. 최근 부업을 시작하는 여성은 대부분 30~50대 전업주부들이다. 개중에는 "얼마안되는 월급에 목을 매 직장에서 비굴하게 '수명'을 이어가느니 차라리 내발로 살겠다"고 '잘리기 전에' 부부 합의로 사표를 내는 당당한 부부도 적잖다. 포항 용흥동에서 소규모 도시락집을 개업한 이모씨(38·여)는 "실직 불안에 떠는 남편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부업을결심했다"고 했다.

포항시 여성복지회관이 오는 20일부터 4일간 열기로 한 '소자본 창업교실'에는 모집 이틀만인 8일 1백명의 정원이 차버렸다. 신청자의 대부분은 남편이 명퇴 혹은 정리해고의 대상이 되리라는40~50대들. 마침 퇴직해 있던 김모(42·남)·박모씨(38)부부는 함께 수강을 신청했다.홍필남 교육계장(48·여)은 "직장생활에 위기를 느끼는 주부들이 늘면서 수강자가 늘고 있다" "신청자 대부분이 주부거나 직장 생활에 회의하는 젊은 부부들"이라고 했다. 주로 소개되는 '창업'표적은 비디오 대여점, 액세서리판매점, 실내장식, 커피숍등.

남편들의 몸부림도 치열하다. 아이는 크는데 밥벌이마저 심상찮고…고민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일. 대구에는 아예 조그만 생활터전 창업을 가르치는 '창업 학원'까지 등장했다. '점포 창업 스쿨'.

한달을 교육 기간으로 지난달 수성구 범어동에 문을 연 이 '학원'의 현재 등록자는 20여명. 이론적 지도는 물론 적성 검사로 적정 사업도 안내해 준다. 원장 배성준씨(32)는 "입교 상담자 절반정도가 직장인"이라고 했다. "불황과 어려워진 노동 여건 때문으로 보인다"는 것이다.〈李宰協·朴靖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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