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별 인터뷰-박수길 유엔대사

입력 1997-01-10 15:06:00

"올 안보리 의장국맡아 한국위상 제고"

[유엔본부.최문갑특파원] 한국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에 진출 한지 올해로 2년째를맞는다. 유엔회원국들에 대해 구속력을 가진 유엔내유일한 기관으로 국제평화및 안전유지문제를다루는 안보리에 지난95년 11월8일 가입, 지난해부터 공식활동에 들어간 한국은 그동안 주요 국제문제해결을 위한 각종 역할을 수행해왔다. 또한 이를통해 한국은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외교지평을 넓히는 한편 외교력을 강화하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특히 지난해 한국은 북한군의 비무장지대 침입(4월)과 북한 잠수함 침투사건(9월)에 대해 안보리의 조치를 이끌어내는활약을 보이기도 했다. 우리나라가 그동안의 안보리활동에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성과는 어떠한지, 또 앞으로 헤처가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등을 안보리한국대표로 유엔외교현장에서 작전을 진두지휘하는 박수길(朴銖吉)유엔대사로부터 들어봤다.

-안보리 회의가 매일 열리다시피해서 눈코뜰 새 없이 바쁘신 걸로 압니다. 안보리 가입전보다 확연히 달라졌죠.

▲그렇습니다. 안보리 비공식회의만 해도 1주일에 5번은 열리고 세계도처의 비상사태, 예를 들어자이르 피란민사태같은 경우엔 수시로 모이거나 밤이나 휴일에도 모임을 갖기 때문에 개인생활면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게 사실입니다. 그러다보니 생활패턴도 전보다 크게 달라졌죠. 새벽에 매일 하던 조깅도 안보리 가입후엔 저녁시간대로 바꿨고 그나마 매일 못할 때가 많습니다.-요즘 안보리가 다루고 있는 주요 안건에 대해….

▲쿠웨이트 침공과 관련한 이라크 제재, 여객기 테러와 관련한 리비아 제재문제를 비롯해 아프가니스탄 내전, 부룬디, 르완다, 구 유고, 보스니아, 과테말라내란, 그루지야 내란문제등 30여 사안에달해 안보리 회의가 끊일 날이 없는 상황입니다. 특히 앙골라, 라이베리아, 아이티, 레바논, 서부사하라 등지에는 유엔평화유지군(PKO)이 파견돼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2년째를 맞은 우리나라 안보리활동의 기본입장은.

▲세계평화와 안전의 유지를 위한 안보리의 활동에 우리가 나름대로 기여한다는 것이 그 첫번째입니다. 또 한반도평화정착과 평화통일을 위한 기반을 조성한다는 것도 중요한 목표입니다. 한반도 유사시 안보리의 즉각 개입의 기반을 다진다는 것이죠. 여기에다 우리가 중간국가(middlepower)로서의 입지를 최대한 활용, 필요시 이사국간 이견조정 역할을 해낸다는 것입니다.-안보리내에서 우리의 입장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느냐가 쉽지 않으리라고 보는데.▲그렇습니다. 실제로 지난번 유엔사무총장 선출때에도 미국은 안보리 이사국중유일하게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당시 총장을 반대해 미국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수 없는 우리로서 어려움이많았던게 사실입니다. 또 미국은 현재 리비아 제재문제에 대해서도 3명의 여객기테러용의자들을미국이나 영국의 법정에 세워 처벌해야만 제재를 풀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리비아에 2백억달러상당의 경제이익이 걸려있는 우리로서는 리비아 제재에 선뜻 응할수 없는 입장이죠. 이런 입장차이때문에 고민이 많은 것입니다.

어쨌든 우리국익의 범위에서 사안의 시시비비를 따져 객관적이고 원칙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우리의 목소리를 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한해동안 우리의 안보리활동 성과는.

▲무엇보다도 한반도문제에 대한 안보리의 관심을 촉구한점을 들수 있습니다. 지난해 4월 북한군의 비무장침입과 9월 북한 잠수함침투사건에 대해 안보리로 하여금 대언론구두성명과 안보리의장성명을 채택, 국제사회의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도록 한것은 우리가 안보리회원국이 아니었다면불가능한것이었죠.

이 문제들을 미국이 아닌 우리가 주도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북한이 잠수함사건에 대해 사과성명을 발표했지만 만일 북한이 또다시 도발을 해온다면 안보리는 어떤 조치를 취하게 될까요.

▲도발의 내용과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안보리가 즉각적이고도 신속하게 대응하리라는 점은 확실합니다. 사안에 따라서는 좀더 강경해질수도 있겠죠.

-안보리활동을 하면서 우리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가는걸 실감할수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분쟁당사국들이 우리에게 자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지지를 얻기위해 로비를 벌이는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예로 리비아, 앙골라등은 국가원수 친서로 지지를 요청해왔고 수단등 몇나라는 특사나 각료급 인사를 파견, 우리대표와의 면담을 청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각국의 초청이 쇄도하고 있으며 그 요청들을 모두 소화하지 못할정도로 우리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은상태입니다. 우리대통령이나 외무장관쪽으로도 많은나라들의 지지요청이 있는줄로 알고 있습니다.그만큼 안보리회원국인 우리의 국제적 영향력이 커졌다는 증거입니다. 지난해 51차 유엔총회에서통과된 2백50여개 결의안중 우리가 공동 참여한 가운데 처리한 안건이 50여건이나 됩니다.-오는 5월이면 우리나라가 안보리 의장국이 됨에 따라 대사께서 안보리의 순번제 의장직을 맡게되는데 이 기회를 활용하기 위한 계획이 있으면 말씀해주십시오.

▲우리로서는 처음인 이 역사적 기회를 활용해 국제무대에서 우리의 위상을 확고히 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세계현안 가운데 PKO나 핵(核)군축문제등에 대한 안보리결의안을 이끌어냄으로써 우리와 안보리의 공동업적을 이룩하는 계기로 삼을 생각입니다.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위상이 높아가는 만큼 우리의 재정부담도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는데.

▲유엔은 현재 우리의 유엔분담비용이 우리의 국력에 미치지못한다면서 분담금증액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우리의 현 분담수준(0. 875%)인 세계17위는 우리의 국민총생산(GNP)이세계11위라는 점을 들어 대폭 상향조정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국제사회의 요청이 아니더라도국력에 상응하는 위상확보및 국익보호를 위해서는 적절한 부담에 인색하지 않아야 한다고 보고있습니다.

-지난해말 우리나라가 유엔경제사회이사회에 가입한것도 큰의미가 있지 않습니까.▲우리의 경제사회이사회 진출은 최근들어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선진국과 개도국간 빈부격차문제 해소, 지구환경, 인권문제등 범세계적인 사안에대해 우리가 실질적으로 관여, 우리의 역량을 발휘하는 동시에 우리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계기로 활용할수 있다는점에서 값진 성과입니다.우리나라가 유엔의 양대 핵심기구에 가입한것을 계기로 우리의 외교력과 국제적 시야를 더욱 키우고 넓히는데 모두가 온힘을 쏟아야 할것으로 봅니다. 올해나 내년 우리나라가 경제사회이사회의장을 맡을수 있도록 추진할 작정입니다.

-안보리(2년)및 경제사회이사회 임기(3년)가 끝난 이후 우리나라의 유엔활동계획을 미리 설정할필요가 있지 않습니까.

▲우리의 평화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나 국가위상및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나 유엔활동은 대단히 소중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안보리의 경우 2002년까지의 회원국신청이 사실상 완료돼 우리의 재가입이 상당기간 어려운 상태입니다. 안보리가 아니더라도 유엔내 각종 기구의 활동에 가능한한 많이 참여, 우리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배울건 배우는게 중요합니다.

-끝으로 유엔에 함께 가입해있는 북한의 외교관들과 좀더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수 없는지요. ▲북한외교관들은 우리측 외교관들을 '금기대상'으로 여겨 도무지 얘기를 하려 하지 않지요. 그러나 북한 잠수함 사건도 풀리고 했으니 조만간 북한대사(김형우)에게전화라도 걸어 새해인사를건네볼 생각입니다.

-박수길 대사 약력-

33년 경북경산출생

59년 고려대법대 졸

68년 미남캘리포니아대 대학원졸

61년 고등고시합격

외무부 근무시작

70년 외무부 법무, 조약, 동북아1과장

74년 호주대사관 참사관

76년 유엔대표부 참사관

77년 외무부 조약국장

84년 모로코 대사

86년 외무부제1차관보

88년 캐나다 대사

91년 제네바 대사

93년 외교안보연구원장

94년 대통령특사(요르단, 카타르, 오만, 이란)

95년 유엔대사(현)

96년 유엔안보리한국대표(현)

유엔강화16개국회의 대통령특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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