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을 콩이라고 우기지만 답답하고 미래예측이 불안한 심리상태에 빠진 대중일수록 무언가 빈말이 라도 속시원한 말한마디 들을때가 없을까 하는 기대속에 지도자의 신뢰감있는 다짐과 결의, 새로 운 변화에 대한 약속을 목말라하게 된다.
그래서 연초에 갖는 대통령의 연두회견은 어떤시기, 어느누구의 말보다도 국민들에게 뭔가 답답 한 가슴을 뚫어주고 긴장된 불안을 풀어줄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대화의 장(場)이다. 흩어져 있는 민심들이 지도자가 제시하는 공통된 목표에 초점이 맞춰지고 다양한 불만과 불안들 은 희망적인 지향점을 보여 줌으로써 아침 안개가 걷히듯 해소될수 있는 연두회견이 된다면 매우 성공적인 회견이다.
그러나 올해 연두회견은 어쩐 일인지 민심 통합이나 희망적인 지향점구축에는 실패한 회견이 된 것 같다. 거의 모든 언론들이 메시지 전달이 미흡한 수준미달 로 폄하했고 뉴욕타임즈, 르몽드, 슈피겔같은 세계적 언론들도 하나같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노동계나 야당은 여전히, 아니 회견전보다 오히려 더 반발이 거세졌다. 언론의 표현따나 회견뒤 에 비판과 저항만 거세진 이런 회견을 도데체 뭐하러 했는가 라는 비아냥만 남겨진 꼴이다. 대통령의 새해 회견에까지 트집이 잡히고 다수 계층이 지도자의 말씀 에 대해 너도나도 고개를 외로 꼬을 정도로 국론이 흩어진 나라라면 OECD가입국가 치고는 분명 문제가 있는 국가다. 고개를 돌리고 있는 사람들이 사사건건 시비나 거는 불평분자여서 그런 것인가. 회견 주체자에게 는 안된 소리지만 회견 내용을 곰곰 들여다 보면 내외 언론과 노동계.야당 사람들만 마냥 비뚠 사고를 가진것은 분명 아닌것 같다.
우선 큰 대목만 추려봐도 신뢰 와 공감을 얻어내기엔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경제난등 위기해결을 위해서는 온국민의 동참 과 협력 이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막상 대표성과 경륜을 지 닌 야당 총재들과는 머리 맞대고 경제와 위기를 걱정하고 의논하지는 않겠다고 말한다. 동참 과 협력 을 거부하고 있다. 그야말로 독불장군의 사고 자세다.
분쟁현안이된 노동법.안기부법 문제만 하더라도 그처럼 당당하고 옳은 일이었다면 왜 노동자들과 야당, 언론을 설득해내는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날치기 능력부터 보여줬느냐는 비판을 받을수 밖에 없다.
법을 고치면 군말없이 따라오게 할 정도의 권위와 신뢰를 갖추든지 그럴 능력이 없으면 설득할 재주라도 있든지 그것도 안되면 설득해 보려는 성의와 열성 이라도 최대한 보였어야 승복 했을 텐데 왠 잔말이 많으냐 는 식으로 몰아부치기만 한다.
국가관리 능력이 의심될수 밖에 없다. 올 대선을 가장 공명정대한 선거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하 면서도 여당후보 결정에는 소위 김심(金心)으로 불리우는 자신의 입장 을 전달하겠다고 말함으 로써 간접적인 특정후보 지지 의지를 내비쳤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킨 것 또한 공명정대와는 거리 가 먼 모순된 논리다.
92년 대선자금에 대한 언급도 도덕성만 한번더 의심 받았을뿐 공감이나 신뢰를 따내지는 못했다. 솔직히 선거비용은 노씨가 모아서 장만해 둔 당 선거비용에서 쓴 셈이니까 내가 직접 돈거둬 받 은건 1전 없다해도 결국 그돈이 그돈이다. 부조리긴 하나 그당시 정치자금이나 선거관행이라는게 다 그래왔었던것 아닌가. 이해해달라. 앞으로는 더욱 깨끗하게 되도록 하겠다 라고 했더라면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정직하고 솔직해서 좋다 는 말한마디로 넘어갈수 있는게 한국적인 정서인 것이다. 그러나 끝까 지 결혼 축의금은 수부에서 거뒀고 나는 그돈으로 신혼여행만 다녀왔으니까 깨끗하다 는 식으로 버티니까 아무리 새해 회견을 해도 민심은 작년 그믐날 분위기 그대로일수 밖에 없다. 국민들이 듣고 싶었던 것은 솔직, 겸허, 그리고 실정에 대한 인간적인 호소와 친밀감, 현실성있는 구체적인 비젼 그런것들이었다.
그럼에도 열달 겨우 남은 임기를 앞두고 다 기울어져 가는 기업의 경쟁력 강화니 규제 혁파니 획 기적 기업환경개선, 노사개혁따위의 백화점 진열장 같은 약속을 하고 있는 말잔치 를 누가 믿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지 참으로 답답하다. 혁파, 척결, 획기적 같은 강력한 형용 부사가 많이 쓰인 말일수록 속은 비어있는 것이 언어의 속성이다. 현정권은 아무리 봐도 콩을 콩이라고 우기기엔 너무 늦어버린 정권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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