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실험 만행은폐 입맞춰

입력 1997-01-08 15:37:00

2차대전중 중국 동북부에서 세균무기 개발을 진행했던 일본 관동군 '만주 731부대' 간부들이 패전직후 연합국군총사령부(GHQ)의 심문에 대비, 생체실험과 세균전 실시등을 은폐하기 위해 사전에 철저하게 말을 맞추기로 약속했음을 보여주는 연락문서가 발견됐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7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731부대가 인체실험 등의 만행을 조직적으로 은폐했음을 입증하는 문서가 발견된 것은이번이 처음으로 46년 시작된 도쿄재판에서 심리되지 않은 채 패전후 철저한 증거인멸을 꾀했던부대 간부들의 의도를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있는 1급 자료로 평가된다고 보도했다.당시의 관동군 관계자가 보관해온 이 연락 문서에는 '마루타'로 불렸던 실험대상 포로들을 재료로 생체실험 등을 실시한 사실은 '절대로 입밖에 내지 말 것'이라고 적혀 있는 등 731부대 간부들이 도쿄군사재판에서 전범으로 회부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얼마나 필사적이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0은 마루타로 하는등 암호를 사용하여 포로들을 수용했던 7.8호동을 '중앙창고'로, 페스트에감염된 벼룩을 배양시켰던 팀의 연구를 'P연구'로, 곡물용 세균무기를 연구한 팀의 실험장을 '자영농장'으로 하도록 연락하고 있다.

'육군'이라는 도장이 찍힌 B4크기의 편지지 한장으로 된 이 문서는 두번째 731부대장이었던 기타노 마사지(北野政次)중장 앞으로 된 10개의 연락사항이 적혀 있고 앞으로 GHQ의 심문을 받게 될기타노 중장에게 인체실험과 세균전준비 등에 대해서는 비밀을 엄수하도록 주문하고 있으며 전후이 부대간부와 연락을 취해오던 구 일본군 간부가 자택에서 보존해 왔다는 것이다.미군은 45년10월부터 731부대 간부들에 대한 심문을 본격화했는데 일본측 심문기록에 따르면 부대창설자인 이시이 지로(石井四郞)중장의 오른팔이었던 마스다(增田)대령은 당시 심문에서 인체실험에 대해서는 묵비권을 행사하면서 곡물용세균무기 실험장을 '자영농장'이라고 밝히는등 이번에 발견된 연락문서의 내용과 일치되는 진술을 했다.

731부대의 만행은 이같은 부대관계자들의 사실 은폐와 인체실험 자료를 미국측에 제공한 '대가'로 면책을 획득하여 도쿄 전범재판에서는 기소되지 않았다.

〈도쿄.朴淳國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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