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해맞이 유감

입력 1997-01-06 14:40:00

언제부터인가 새해 연휴에 가족 단위로 혹은 친구들끼리 해맞이 여행을 떠나는 것이 새로운 풍속으로 자리잡았다. 그래서 해돋이가 멋있다는 동해안 곳곳과 지리산, 설악산 등지에는 새해 첫날떠오르는 해를 보려는 사람들로 섣달 그믐날부터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해맞이는 장소가 정해져있다 보니 몰려드는 인파는 명절이나 여름 휴가의 그것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올해 연휴도 예외는 아니었다고 한다. 직접 다녀온 사람들의 얘기를 빌리자면 목적지까지 가는도중에 길이 막혀 정작 해돋이는 구경도 하지 못하고 차안에서 아침을 맞기도 하고 지리산 천왕봉이나 설악산 대청봉도 해맞이 인파로 등산로가 막혀 정상까지 오르지도 못하고 중간에서 돌아왔다고 한다.

무엇인가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되는 새해 첫날을 힘차게 떠오르는 태양의 서기(瑞氣)를 가슴 한껏안으면서 맞고자 하는 마음을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마는 다만 우리네 호들갑스러움에 적잖이 민망함을 느낄 뿐이다.

그렇듯 야단스럽게 집밖에서 연휴를 보내고 오자면 자연히 심신은 피곤해져 새해 업무가 손에 제대로 잡힐 턱이 없다. 그리고 오가며 길에다 쏟아붓는 기름과 돈은 가히 국가 경제 차원에서 계산해 봐야 할 것이다.

해가 새해 아침에만 떠오르는 것도 아니며 바다나 높은산 정상에서 봐야만 해의 정기를 받을 수있는 것도 아닐 터이다. 더욱이 한바탕 전쟁을 치러가면서 보는 해가 무슨 감흥이 있겠는가.우리가 정말 간절한 소망 하나를 품고 새해를 맞이하려 한다면 아파트 옥상에서건 동네 앞산에서건 똑같은 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굳이 '해'하나를 가슴에 품고 싶으면 따뜻한 사랑의불씨 하나를 심어 태양처럼 키워 볼 일이다.

(〈주〉우방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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