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보고-뺑소니 목격자 행세 보상금 챙겨

입력 1997-01-06 00:00:00

5일 사기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최원흡씨(31)는 목격자가 없어 애를 태우는 교통사고 피해자나 유족들의 다급한 심리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조사결과 최씨는 거리에서 흔히 볼수 있는'교통사고 목격자를 찾습니다'라는 현수막에서 범행을 착안했다. 현수막에는 대개 사고일시와 간략한 사고내용, 연락처가 적혀있어 목격자로 가장하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특히 교통사고는 목격자가 없거나 경찰조사가 귀찮아 나타나지 않는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답답해진 피해자나 유족들이 속을 수밖에 없다. 최씨의 경우 현수막에 적힌얘기만 하면 유족이나 피해자가 먼저 자세한 사고경위를 털어놓아 목격자 행세는 식은 죽 먹기였다고 한다.

최씨는 이들에게 진술서를 써 주거나 대담하게도 경찰서 조사까지 받았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나오다 봤다""택시를 기다리다가 목격했다"는 등의 경위를 달아 들은대로, 원하는 방향으로 얘기해주면 그만이었다. 지난해 10월10일 경북대 북문앞 사고의 경우 경찰조사는 오토바이를 몰던이모군이 중앙선을 넘어 포텐샤 승용차와 충돌, 숨진 것으로 매듭지어졌다. 그러나 최씨는 두차례에 걸쳐 1백50만원을 받고"포텐샤 승용차가 불법U턴을 하다 오토바이와 부딪치는 것을 목격했다"는 진술서를 써줬다. 자식을 잃은 슬픔에 이군의 아버지는 최씨의 수법에 걸려 검찰에 진정서를냈다. 사건이 잘 해결되면 갚아주기로 하고 최씨가 금융기관에서 1백만원을 대출하는데 보증까지서 줬다.

진술후 보상금을 받고도 최씨는"여동생이 곧 수술해야 한다""어머니가 암에 걸렸다"는 등의 호소로 피해자들에게 추가로 돈을 받거나 요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수법으로 최씨가 지난해4월부터 대구시내 곳곳에서 일어난 11건의 교통사고 목격자로 행세하며 챙기거나 요구한 돈은 무려 2천여만원. 그러나 건수가 많아지자 최씨는 결국 경찰에 꼬리를 잡혔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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