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등급판매 출발부터 삐걱

입력 1997-01-04 00:00:00

'쇠고기 부위별 등급별 판매제'가 새해부터 전국 정육점에서 의무시행되고 있다.소비자가 용도에 적합한 부위를 구매할 수 있고 고기질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지불하는 이 제도는 좋은 취지와는 달리 시내 상당수 정육점들이 판매제가 어떻게 실시되는지조차 모르는 등 시행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3일 시내정육점들의 쇠고기 부위별 등급별 판매제 시행여부를 취재해본 결과 부위별 판매는 어느정도 시행되고 있었으나 등급별 판매의 경우 일부 대형정육점을 제외하고는 상당수가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제도가 시행출발부터 이처럼 흔들리는 이유는 무엇보다 판매업자들이 이 제도가 어떻게 시행되는지조차 모르는데 있다. 실제 정부당국이 자율계도기간인 지난해 5대 대도시 판매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계도교육이 시별로 1~2차례에 불과해 판매업자들이 이 제도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이턱없이 부족했던 것.

등급별 부위별 판매제는 업자들이 축산물 등급 판정소에서 판정받은 쇠고기를 안심,등심, 채끝,목심 등 3개부위이상을 구별해 진열한 다음 부위명을 표시해야 하며 부위별로 도체등급판정결과인 1, 2, 3등급 또는 특상, 상, 중등급으로 등급을 표시해 팔아야 한다. 또 수입산과 국내산 등 원산지가 표시돼야 하며 국내산 쇠고기의 경우 한우, 젖소, 육우고기 등으로 기재해야 한다. 용도, 1백g당 가격도 함께 기재해 소비자들이 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표시판을 진열대 전면에 비치해야 한다.

또 다른 문제점은 진열장이 너무 협소한데 있다. 대구시의 경우 백화점 대형정육점 등을 제외하곤 쇠고기의 등급별 부위별 진열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영세식육점들이 대다수이다. 지역 정육업계 한 관계자는 "쇠고기를 등급별 부위별로 진열판매하기 위해선 표준형(가로2.40m)진열대가 최소한 두개이상은 돼야하며 쇠고기의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냉장시설도 함께 갖춰야 한다"고밝혔다. 소비자들의 그릇된 소비의식도 판매제시행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축산기업조합중앙회가 얼마전 실시한 설문조사결과 소비자가 선호하는 쇠고기 부위는 등심이 67.1%로 가장 높았고 안심, 살코기 등의 순으로 조사된바 있다.

대구시 수성구 한 정육점 주인 김모씨(45)는 "선진국과는 달리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아직도 용도에 관계없이 특정부위의 고기만 선호하는 등 잘못된 고기소비형태가 보편화돼 정육점들도 어쩔수없이 선호부위만 중점적으로 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수입육이 한우로 둔갑하는 등 쇠고기의 국내유통구조가 크게 왜곡된 상황에서 부위별 등급별 판매제는 자칫 업자들이 등급을 둔갑시켜 팔 우려도 없지않다는 지적이다.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육안으로 등급구분이 사실상 불가능한 맹점을 노려 일부 판매업자들이 3등급이하로 낮게 판정받은 고기를 1, 2등급고기와 섞어 판매할 소지도 있기때문에 이에대한 업자들의 의식계도가 절실하다. 동아유통센터 한 관계자는 "판매장의 시설보완, 판매업자 대상 교육강화,소비자인식제고 등이 갖춰질때 이 제도가 성공할 수 있을것으로 본다"고 말했다.〈李鍾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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