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제전략연구소 윌리엄 테일러 박사

입력 1996-12-31 14:16:00

통일은 다가오고 있는가. 늘어나는 탈북자들, 계속되는 미국의 대북 접근, 좀처럼 여물지 않는 남북대화, 97년 한해 한반도에는 어떤 기류가 흐르게 될 것인지 신년 원단에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윌리엄 테일러박사(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수석부소장)로부터 미국에서 보는 97년 한반도정세 전망을 들어본다.

-새해들어 한반도 통일을 향해 어떤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는가.

▲특별한 진전은 기대할 수 없는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대로 두면 앞으로 2년 안에 북한이 붕괴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사회를 지탱해줄 식량과 에너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미국은 한국, 일본과 함께 북한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식량과 에너지를 제공해줘야 한다. 최근 북한을 다녀온 세계식량계획이나 국제적십자사등 모든 관계자들은 이같은 원조가 없을 경우 북한에대규모 기근사태가 다가오고 있다고 한결같이 경고하고 있다. 이에따른 붕괴를 막기위해 대북 원조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같은 원조는 지구상에서 유례없는 북한의 억압적인 공산독재정권을 계속 권좌에 남겨놓게 될 것이다. 이것이 딜레마다.

현재 북한정권 아래서 앞으로 1~2년 사이에 기대할 수 있는 통일을 향한 상황진전은 북한이 남한과의 제한적인 대화에 동의하거나 그동안의 도발에 대해 그 체면을 유지하는 선 안에서 긍정적인제스처를 취하는 정도가 될 것이다.

-최근 늘어나는 탈북자에 대해 한국정부는 물론 미국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북한에서의 굶주림과 추위, 그리고 지방당국의 억압때문에 탈북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본다.한국정부와 미국, 그리고 일본은 이들 탈북자를 일단 수용하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그러나 미정부는 최근까지 이에대한 계획을 논의한 적이 없다. 미국이 북한으로부터의 난민을 직접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베트남 난민의 경우 미국이 참전했던 전쟁에서 패했기 때문에 그에 따른 책임으로 미 본토에 그들을 받아들였던 것이고, 이라크 난민의 경우 후세인정권 전복을 위한 CIA의 공작이 실패함에 따라 여기에 협조했던 현지인들을 난민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북한으로부터 대규모 난민이 발생할 경우 미국의 입장은 이와 다를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한국이 주도권을 잡고 미국이 이에 협조하는 형태를 취하게 될 것으로 본다.

-한반도 통일과 관련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시나리오는 무엇인가.

▲한국정부가 정말로 바라지 않는 것이지만 북한으로부터 대규모 난민이 남한으로 유입되는 사태가 가장 유력하다고 생각한다. 만일 북한정권이 붕괴 조짐을 보이는 경우 난민사태를 통제할 수있는 북한당국 내의 상호조정기능이 급격히 상실될 것이기 때문이다.

두번째 시나리오 역시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지만 북한의 남한에 대한 제한적인 군사공격을 가할가능성이다. 이는 테러리즘과 함께 일어날 수있다.

북한은 한반도 안보에 대한 미국의 개입여부를 시험하기 위해 이같은 도발을 행할 가능성을 항상갖고 있다. 특히 클린턴행정부가 약체라고 생각되는 경우 북한은 이런 시도를 할 것이다.지금 비무장지대를 사이에 두고 남북한은 한국전쟁이후 가장 높은 긴장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는 항상 '사고와 오판'의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약5만9천명의 미국인 때문에라도 북한에 의한 도발사태에 적극 개입할 것이며 전면 도발이 있을 경우 단시일내에 이를 격퇴시킬 것이다.

-아무튼 미국은 한반도 통일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피할 수없는 실정이다. 그 미국의 역할은 어떤 것이 돼야한다고 생각하는가.

▲클린턴행정부 이전까지 미정부는 한반도의 안전보장을 위해 개입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지원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가 되고 있다.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모든 단계에서 미국은 한국과의 동맹관계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그러나 불행하게도 최근 이것이 잘 되지않고 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이른바 인도주의적 원조에서 주도권을 계속 행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는 한국정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할 것은 결코 아니다. 그래서는 안된다.

한국정부는 모든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주도해야 한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한국을 제쳐두고 별도의 흥정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시켜야 할 것이다. 〈워싱턴·孔薰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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