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리비아의 오해

입력 1996-12-30 00:00:00

"박찬석〈경북대학교 총장〉"

리비아는 경제적으로 한국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동아건설이 대수로공사를 1백15억달러에발주 받아 일을 하고 있고, 현대건설은 담수화 공장을 1억달러, 한라건설은 고속도로, 대우자동차는 승용차 3만대를 수출하고 있다. 리비아의 연간 석유 수출액 80억달러, 그 반을 한국기업에 지불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기업은 유엔경제제재의 어부지리를 얻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그러나 우리가 리비아를 보는 눈은 서양언론에 오도되어 덩달아 이스라엘 편을 들고 리비아는 물론 회교국 전역에 대하여 혐오감을 갖고 있다. 한국을 모르는 리비아 사람은 없지 않을까 싶다.그러나 리비아인에 비치는 한국은 돈만챙기는 군대처럼 왔다가 철수하는, 리비아인과 위화감 조장하는, 문화교류가 없는 국가다. 우리에 대한 감정이 그리 좋지 않다. "모두 필요없으니 나가라"고까지 말한다. 한국의 유엔발언에 대하여 외무부장관이 공영방송에 나와 비난할 정도다. 우리는미국과 그렇고 그런 관계 하에 있으므로 미국의 비위를 거슬려 가면서 유엔에서 리비아를 감쌀형편이 못되고, 그렇다고 엄청난 국익을 포기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한국기업은 열사의 사막에서 리비아의 건설을 위하여 일해주고 돈받아가는 관계다. 따지고 보면욕할것도 비난할 것도 없다. 싫으면 건설공사를 안 맡기면 될 일이다. 한국인의 능력은 높이 평가받고 있다. 리비아 측의 설계변경 요청으로 동아의 건설공사가 기한내에 불가능하다고 한, 2차 수로공사를 기간내에 완공하여 개통식을 하니 카다피가 감격하여 3차공사 51억달러의 의향서를 선뜻 건넸다고 한다.

중동의 건설은 우리나라 근대화에 엄청난 역할을 했다. 석유파동으로 엄청난 외화를 벌어들인 중동국가들은 산업발전을 위하여 항만시설, 고속도로, 주택등의 건설사업에 한국을 불러들여 중동건설에 한국의 신화를 만들었다. 그러나 20여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중동건설이 남긴 한국기업에대한 감정은 매우 좋지않고 때로는 원수지간이 되고 말았다. 그 이유는 사막의 문화를 이해하지못하고 사업을 했기 때문이라 판단된다. 문화는 민족의 오랜 생활습성이다. 일부다처주의라고 오해하고 비난하는 부문도 따지고 보면 지극한 휴머니즘에서 출발한다. 사막의 경제생활은 부족단위로 양떼나 낙타떼를 몰고 물을 따라 이동하면서 유목을 한다. 다른 부족간에는 물 때문에 잦은싸움이 있다. 싸움에는 자연히 남자의 희생이 많고 자연수명도 여자가 길어서 여자의 비율이 높다. 텐트치는 일 낙타등에 짐을 싣는 일은 부녀자에게는 힘겹고 남자가 도우지 않으면 굶어죽게되어 있다. 유가족에게 유목생활의 힘든 일을 남자가 하도록 하기위하여 같은 호적에 입적하고있다. 농경사회의 축첩개념이 아니다. 사회보장제도이다. 문화를 알면 친밀감을 갖게되고 친구가된다. 리비아에서는 우리가 중동에서 했던대로 반복하면 안된다. 리비아의 인구는 4백30만명이고국토는 남한의 17배나 되는 무한한 자원을 가진 나라다. 사막문화와 우리문화를 접목하면 영원한관계가 된다. 한국사람은 일도 잘하고 인정도 있다는 소리가 국민의 입으로 나와야 한다. 지난11월 경북대와 리비아 '알 파테'대학간의 자매결연이 있었다. 양대학의 관계가 한·리비아 상호이해의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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