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희 대주교 송년인터뷰

입력 1996-12-30 00:00:00

"바르게 살아야 행복옵니다."

한해가 또 저물어가는 세밑. 전직대통령 재판과 북한잠수함침투사건, 위천단지지정논란, 노동계파업확산등 굵직굵직한 사건과 사고로 혼돈을 거듭했던 올해가 이제 마감을 고한다. 천주교대구대교구 이문희(李文熙)대주교를 만나 송년인터뷰를 가졌다.

-한해를 보내면서 우리가 돌아봐야할 일들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한해동안 얼마나 바르게 살아왔는지를 반성해야합니다. 바르게 살지 않고는 행복해질 수 없는법입니다. 또 바른 것은 자신에게뿐만 아니라 남에게도 똑같이 올곧고 깨끗한 것이어야 합니다.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작은 이익만을 쫓기때문에 요즘 세태가 더욱 각박해지고 있습니다. 지방자치제 실시이후 이러한 양상들은 집단이기주의적인 형태로 더욱 확산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상대편을 이익의 대상으로만 단정할 때 우리는 서로를 믿을 수 없고 도울 수도 없습니다. 사랑의 관계를 맺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가 될 때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신적인 가치를버리고 물질만을 쫓게될 때 그결과는 크나큰 재앙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현정부의 개혁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요.

▲하루아침에 개혁이 이뤄지지 않습니다. 개혁은 정치부터 먼저해야하고 정치인들이 나서 스스로해결해야할 과제일 것입니다. 또 개혁때문에 일어나는 어려운 일들이 많습니다.-두 전직대통령 재판을 보신 견해는….

▲많은 어린이들이 두 전직대통령이 수의(囚衣)를 입고 재판을 받는 것을 지켜보았을 생각을 하니 걱정이 됩니다. 대통령을 존경하고 또 장래의 꿈으로 삼아왔던 어린이들이 죄인이 된 전직대통령들을 보고 많은 가치관의 혼란을 느꼈을 것입니다. 아무 잘못도 없는 어린이들이 감당해야할사고의 혼란은 어른들의 책임입니다. 또 두 전직대통령에게 항소심에서 무기징역과 징역17년이각각 선고됐지만 형기가 만료될때까지 벌을 받을 것이라고는 대부분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왜곡된 가치관이 모든 사람들에게 심어지고있는 세태가 안타깝습니다.-3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대구.경북지역이 문민정부들어서 권력으로부터의 소외감을 느끼고있다는이른바 TK정서'에 대한 의견은.

▲대구.경북사람들은 모든 사람들이 잘 아는 바와 같이 약삭빠르지가 못합니다. 대구.경북사람들은 실리보다는 명분을 택하는 어리숙한 면이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권력을 창출했던 과거에도 지역사람들은 나라전체를 위해 지역발전을 뒤로 미루는 희생을 감내해왔습니다. 문민정부들어 대구시민과 경북도민들이 불평과 불만이 늘어난다는 일부의 지적은 왜곡된 것이라고 믿습니다.-대권주자들의 움직임이 점차 가시화되고있는 시점에서 오늘날 국가지도자가 지녀야할 바람직한덕목이라면….

▲카리스마적인 지도자시대는 이미 끝났습니다. 대통령 한사람이 나라를 좌지우지 할 수도 없고또 국민들이 따르지도 않을 것입니다.한국사회의 바람직한 지도자상은 합리적인 사람이어야 합니다. 또 합리적인 뜻을 남에게 전달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대중들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잘못된 의견을 가진 다수를 설득할 수 있는 호소력과 리더십을 견지해야 할 것입니다.-식량난가중으로 탈북자가 속출하는등 북한정세에 대한 우리의 대처방안은.

▲많은 공산주의국가가 개방되었습니다. 북한도 달라져야한다고 믿습니다. 북한이 개방되면 변화의 속도는 무척 빠를 것입니다. 우리는 북한이 문호를 열도록 아낍없는 도움을 주어야합니다.-과열된 입시경쟁등 그릇된 교육풍토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 좋은 대학을 가려는 욕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좋은 대학보다는 어떠한 사람이 될 것인가가 더욱 중요합니다. 좋은 대학을 나와서 돈과 권력만을 쫓는 것이 훌륭한 사람이되는 길은 아닐 것입니다. 부와 권력을 거머쥐는 것보다는 인간답게 살도록 가르치는 것이 훨씬가치있는 일입니다.맹목적인 허세와 과장, 지나친 욕심으로 아이들을 과열된 입시경쟁의 벼랑으로몰아서는 안될 것입니다. 우선 학부모들부터 욕심을 줄여야합니다.

-아가동산등 사이비종교 창궐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데….

▲일반사람들을 혹세무민하는 사이비종교는 사탕발림소리가 많은 법입니다. 눈앞의 작은 이익을가지려 올바르지 못한 종교에 빠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종교는 봉사와 희생정신으로 믿어야합니다. 종교를 통해 무엇을 받겠다는 생각보다는 사랑을 베풀고 사랑을 깨우치는 것이 올바른 신앙태도입니다.

- 자라나는 신세대에게 당부하고싶은 말은.

▲모든 일에 성실해야 할 것입니다.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보고 굴절되지 않은 맑은 눈으로 사회를 보아야합니다. 진지한 자세로 자신의 일에 몰두할 때 하느님의 따뜻한 손길과 하느님의 자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柳承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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