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이후 파업전망-높은 참여도(민노총)자신감

입력 1996-12-30 00:00:00

연말 소강국면에 접어든 노동계 총파업은 신정연휴를 지나면 어떤 양상을 띠게 될까.서울지하철, 병원노련 등 민주노총 산하 일부 노조들이 파업유보 결정을 함에 따라 연말 노-정(勞-政)간 정면충돌 위기는 일단 넘어갔다. 그러나 단일노조로는 최대수준인 한국통신 노조가 30일 파업찬반투표에 들어가고 일부 대형사업장, 제조업체 등의 파업은 30일에도 계속돼 파업분위기는 내년초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민주노총이 지하철, 병원 등에서 갑작스레 파업유보를 결정한 것은 외부적으로는 여론 및 정부대응을 의식했고 내부적으로는 신중론과 자신감이 맞물린 때문이라는게 노동계의 분석이다.지하철, 병원 등 시민생활과 직접 관련된 사업장에서 연말연시 무리하게 파업을 계속하다 우호적인 시민여론이 돌아설 우려가 있고 이를 빌미로 공권력을 투입할 경우 자칫 파업분위기를 떨어뜨릴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또 민주노총 내부에서 일단 민감한 부분에서의 파업은 자제하고 정부의 태도를 지켜보자는 신중론이 대두하고 있는 것도 파업유보의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지난26일 총파업선언 이후 단위노조들이'예상밖의 높은 파업참여'를 보인데 고무된 민주노총이"이런 분위기라면 내년초까지 파업을 이어가는 것은 무난하다"는 자신감을 가진 것도 배경이 됐다.

민주노총 대구본부 관계자는"단위노조의 파업열기가 높아 연말연시 분위기 급락에 대한 우려는거의 사라졌다"며"투쟁전략에 여유를 가져도 될 것 같다"고 전했다.

파업이 내년초로 이어질 경우 파업참여 사업장 숫자는 아무래도 줄지 않겠느냐는 것이 노동계 관측이다. 그러나 투쟁방법은 한층 강경해지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복수노조 상급단체 2000년까지 유보'조항에 걸려 합법성을 인정받지 못한 민주노총으로서는 이번 총파업에 향후 민주노총의 존립을 걸고 있기 때문에 쉽사리 파업열기가 식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검찰 역시 내년신정연휴를 고비로 보고 이후의 파업에 대해서는 사법처리 및 주동자 검거에 나서겠다는 입장을밝히고 있다. 따라서 신년 벽두부터 노동계와 공권력의 정면충돌은 불가피해졌다.한국노총의 분위기는 민주노총과는 다르다. 한국노총은 30일 지역본부 대표회의를 통해 향후 투쟁방향을 결정키로 했다. 방향은 크게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거나 △공공노조 동참과 함께 파업을 지속하는 두가지로 갈린다. 한국노총은 어떤 결론이 나건 내년 1월중순으로 앞당긴 단위사업장 임단협과 연계해 노동법투쟁을 이어갈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노동법안이 30일 공포된 마당에 현실적인 성과는 기대하기 힘들지 않겠느냐"며"임단협 투쟁에서 개정노동법의무력화에 전력을 쏟을 것"이라 밝혔다.

양대 노총의 내년초 총파업이 어떤 양상으로 마무리되건 개정노동법은 내년 임단협이라는 단위사업장별 투쟁이라는 힘겨운 다리를 건너야 할 게 틀림없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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