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관계법과 안기부법의 26일 여당단독 기습처리로 연말연시 정국의 냉각속도는 더욱 가속화 될것으로 보인다. 야당측은 동원가능한 수단방법을 모두 가동해 대여투쟁의 수위를 높여나갈 방침이고 신한국당은 이제 느긋한 입장에서 야당의 투쟁에 일절 대응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신한국당으로서는 두 법안을 단독으로 기습처리한 것은 기습처리로 인한 야당 반발등 정치적 부담보다는 연내처리 불가로 인한 정국운영의 장애요인이 더욱 심각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노동관계법개정안의 경우, 해를 넘겨 봤자 여야간이든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에서든 합의점을 도출하기 어렵다는 점이 작용했다. 또 차일피일 시간만 끌어 봤자 여론만 들끓게 해 노동계의춘투와 맞물릴 경우 심각한 정치적 부담을 안을 수 밖에 없다는 점 또한 여권을 연내처리로 내몬이유다.
또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시간만 끌려는 야당측의 주장대로 해를 넘겨 여야합의안을 만들려는 노력을 보여 봤자 정국주도권만 야권으로 넘겨 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도 작용됐다. 이와 함께 여권으로서는 위기라고 할 정도로 어려운 경제상황이 더 어려워질수록 여권이 책임을 져야 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고 이는 대선에서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는 판단도 했을 법하다.
안기부법의 경우도 안보상황을 이유로 국민적 여론이 밑받침이 되고 있을 때 처리해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또 야당측이 안기부법개정안을 대선에서 야당측을 옥죄기 위한 악법으로규정하고 반대해 온 점을 고려, 이 역시 해를 넘겨 대선이 있는 해에 처리를 시도할 경우 '대선용'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우려를 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연말연시 분위기로 정국의 냉각상황이 묻혀버릴 수 있는데다 이두가지 법개정안을 제외하고는 당장 시급한 현안이 없다는 점 그리고 단독처리 불가피성에 대한 대국민 설득도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는 점 또한 신한국당의 '결단'을 도왔을 것이다.
물론 야당의 반발은 충분히 예상할 만한 것이었다. 신한국당에서 예상하고 있는 야당측의 투쟁방법으로는 기습처리의 원천무효를 주장하기 위한 국회농성 장외투쟁 특별당보 제작과 배포 그리고신문광고 헌법재판소 소원제기 등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등 두 야당은 26일 즉각 신한국당의 단독처리를 원인무효라고 규정짓고 강력한 대여투쟁을 결의했다.
국민회의는 노동법개정안에 대해 노동자와 사용자등 어느 한 쪽을 편들수 없어 구체적인 대안을갖고 있지 못하고 안기부법개정안에 대해서도 김대중총재의 색깔론 시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점에서 저지당론을 정하기는 했지만 내부적으로 이견이 제기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신한국당의 단독처리로 오히려 홀가분하게 대여투쟁에만 전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을 덜었다고 볼수도 있다.
자민련은 단기적으로 신한국당의 의원 빼내 가기에 따른 이탈사태를 맞아 내부결속용으로 대여투쟁의 수위를 높여나갈 것이라는 전망도 쉽게 할수 있다. 그러나 국민회의와의 야권공조에 대한당내부의 반발도 만만치않았고 안기부법개정안을 내놓고 반대할 수만 없었던 입장이어서 장기적으로는 야권공조의 틀 또한 흔들릴 공산도 없지 않다. 물론 일단 대여강경투쟁 방침은 분명하다.아무튼 온통 관심사를 내년 대선으로 집중시키고 있는 여야 정치권은 예정대로 대선정국 주도권장악을 위해 여당은 여당대로 적극적인 공세로 나왔고 야당은 이에 극렬하게 반발하는 형국으로연말연시를 보낼 것이다. 또 이 일이 아니더라도 남은 1년간 정치권은 어떤 구실을 붙여서라도대선정국의 고지 선점을 위해 팽팽한 대치를 되풀이할 전망이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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