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은 지역경제 붕괴설이 실감날 정도로 지역 전체가 유례없는 불황에 시달린 한해였다. 양대축인 건설과 섬유업계의 경기실종, 연쇄도산에서 비롯된 어두운 그림자는 유통, 금융,자동차부품등지역산업 전분야에 드리워져 주름살을 깊게했다. 그러나 그같은 와중에서도 지역주민과 경제계가합심해 일궈낸 위천국가산업단지 연내지정 확정, 대구신용보증조합 출범등의 '성과'도 적지않았다. '사건'으로 점철된 지역경제계의 한해를 '뉴스메이커'중심으로 정리해본다.'위천' 조성 발표
지난 19일. 소담스런 흰눈이 대구하늘을 수놓던 날. 좀체 웃지않는 문희갑대구시장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폈다. 첨단산업유치로 지역경제의 새로운 앞날을 열게될 위천국가산업단지 지정이 확정된때문. 대구지하철 2호선 기공식에 참석한 김영삼대통령은 이날 비록 규모가 당초 기대보다 축소되긴 했지만 지역경제 구조개편의 전기가 될 위천산업단지 조성을 발표했다.
1년반 가까이 끌며 논란을 빚어온 위천단지 확정은 금년 지역경제 최대의 사건. 부산 경남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무산될뻔한 숱한 위기를 극복하고 이날 결실을 맺었다. 문시장은 위천단지조성의 견인차 역할을 맡아 강한 추진력과 시민들의 열화같은 성원에 힘입어 비록 시작에 불과하지만 지역경제의 한가지 숙원을 매듭지었다.
본사설립키로 확정
삼성상용차 대구본사 설립도 대구경제에 희망을 준 일로 기억된다. 삼성상용차(주) 김무사장은 삼성상용차 본사설립의 주역으로 각광받았으나 법인설립 과정에서 건설중단등의 사태가 발생, 지역정서와 마찰을 빚는등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삼성상용차 본사설립은 대구산업구조 개편과 함께내륙 자동차도시로 도약할수있는 계기가 될것으로 기대된다.
대형할인점시대 개막
동아백화점 이인중사장은 지난11월1일 지역유통업계에 하나의 혁명으로 받아들여지고있는 델타클럽을 오픈했다. 창고형 대형할인점인 델타클럽은 물류비용과 인건비, 판매경비등을 대폭 줄여 기존 도소매점보다 가격을 40~60% 낮춘 선진형 유통업태. 가격파괴의 회오리속에 등장한 델타클럽은 가격결정구조가 소비자중심으로 바뀌게돼 새로운 업태로 각광받을 전망이다.수도권진출에 박차
주택건설로 성장한 청구의 장수홍회장은 지난 8월말 수도권 분당에 대형 블루힐백화점을 오픈,유통업계에 진출했다. 청구는 민자역사 백화점건립등을 통해 서울과 수도권 유통사업을 늘려나갈계획이다.
자고나면 부도소식
대구염색공단 이사장을 10년씩이나 역임한 이충기씨가 몰락한것은 섬유업계의 일대 사건이다. 11월25일 이씨의 이화염직 도산은 말로만 떠돌던 지역 중견섬유업체 연쇄도산의 신호탄이 됐다. 그후 대갑무역,원천산업, 금성염직등의 몰락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자고나면 들려오는 부도소식에 지역경제 붕괴설은 실감을 더해갔다. 그제서야 정치권, 정부, 대구시등이 섬유업계의 한계상황을 인식, 대책마련에 나섰으나 사후약방문이 되고있다.
건설 대파동 예고
지역주택건설업계의 위기는 이미 지난2월 경영난을 이기지못한 삼산주택의 와해로 예고됐다. 삼산을 인수한 한서주택 이재호사장은 10월말 신규사업부진과 2천2백억원에 이르는 부채의 금융비용 부담때문에 최종 부도위기에 직면했다. 한서가 무너지면 보증관계로 물고 물린 지역 대부분중견업체가 도미노식으로 연쇄도산의 회오리에 휘말리게 된다. 자구노력으로 부도위기는 일단 모면했으나 여전히 전망은 불투명한 상태이다. 주택업계의 경영난은 그후 협화주택 이용팔회장의법정관리 신청으로 이어졌다.
경영권수호 논란
추석직전인 지난9월20일. 경제계가 지역자금의 역외유출을 막기위해 설립한 대구종금 최대주주자리가 지역에서 성장한 갑을과 신무림의 극비리 주식매각으로 부산출신 정강환씨의 태일정밀에 넘어갔다.
지역경제계는 최소한의 기업윤리마저 외면한 배신행위라며 대구종금 경영권 수호에 나섰다. 그러나 경영권수호위원장에 추대된 신라섬유 박성형씨가 위원장직 수락을 거부한채 보유주식 매각 가능성을 배제않고있어 사태는 여전히 유동적이다. 대구종금사태는 지역의 거센 반발에 놀란 정씨가 추이를 관망하고 있는중이어서 예측불허의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대출비리연루 후유증
지난 11월30일. 지역 최대기업인 우방이 1주일전 대출비리로 구속된 손홍균전서울은행장 사건에연루된것으로 알려져 지역경제계에 메가톤급 충격을 주었다. 이 사건은 대출커미션비리와 무관한것으로 밝혀졌지만 우방으로서는 적잖은 후유증에 시달렸다.
그러나 대출비리 연루를 제외하면 우방 이순목회장에게는 금년이 나쁜 일보다는 좋았던 일이 많았던 한해로 기억된다. 지난8월20일 이회장은 예순에 가까운 나이로 효성가톨릭대학에서 경영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또 그룹 부장급이하 직원들의 봉사단체인 '사랑으로 사는 사람들 모임본부'가 KBS주관 제3회 자원봉사대축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대구무역센터 기공
11월20일도 기억에 남는 하루다. 21세기 지역경제의 거점역할을 할 대구종합무역센터가 기공된때문. 그러나 대구의 중추기능을 담당하게 될 무역센터건립을 이끌어온 채병하대구상의회장은 설계당선작 번복파문이 법정으로 번지면서 한동안 구설수에 휘말리는 곤욕을 치렀다. 무역센터 설계는 그후 처음 선정된 (주)한국건축의 작품으로 확정됐다.
금융가에 신선한 충격
지난 2월1일 대구은행에는 잔잔한 감동이 흘렀다. 당시 홍희흠은행장이 임기 2년을 남겨놓은 상태에서 전격사퇴한 것이 그것. 임원인사파동으로 흔들리던 대구은행의 위기를 극복한뒤 후진을위해 홀연히 물러난 홍전은행장의 당시 귀거래사는 대구은행은 물론 자리에 연연하는 풍토가 만연된 국내 금융가에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홍은행장 후임에는 당시 전무였던 서덕규현은행장이 내부기용됐다.
지역中企에 단비
대구신용보증조합 설립은 담보부족에 허덕이는 지역중소기업에는 가뭄에 단비같은 소식이었다.지난 12일 정식출범한 대구신보는 84개 기관, 단체가 출연한 2백58억원의 자산으로 성장유망한기업에 대출보증서를 발급해주는 기능을 하게된다. 대구은행장을 역임한 이상경이사장의 경영수완에 지역경제계의 기대가 모아지고있다.
〈池國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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