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은 민족의 성산으로 추앙받아 왔다. 종교적 의미가 없을 수 없다.
백두산 숭앙은 멀리 단군신화로까지 올라간다.
우리 민족의 국조신화인 단군신화에는 환인의 아들 환웅이 무리 삼천을 이끌고 강림한 곳을 태백산(太白山) 꼭대기라고 했다. 신단수 아래에서 신시(神市)를 연 뒤 곰이 변한 여인 사이에서 아들을 낳으니 곧 단군이다.
환웅이 내린 곳, 태백산은 우리 민족의 태지(胎地)이며 당연히 민족의 성산(聖山)이 될 것이다.종교적 의미도 각별
우리가 백두산을 성산으로 일컬으므로, 태백산은 백두산이어야 한다. 그런데 삼국유사에 단군신화를 기록한 일연은 왜 태백산이 묘향산을 가리킨다고 주를 달아 놓았을까.
태백산이 백두산이라는 주장을 가장 강하게 편 이는 최남선이다. '아시조선(兒時朝鮮)' '백두산근참기' 같은 유명한 책에서 아예 이를 전제하고 그다음 논의를 진행했다.
단군고사 자료를 수집해 고조선의 실존을 증명하려 한 조선시대 재야 사학자 북애자(北崖子)와역사 불교.기독교사 풍속학자로 이름을 떨친 한말의 이능화 같은 이들도 똑같이 주장했다. 사실은육당보다 먼저였다.
이들의 논지는 비슷하다. 단군신화와 주몽신화를 비교 분석하고, 여러 문헌을 참고하면 태백산이백두산임은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라는 얘기다.
"묘향산에는 작은 웅덩이 하나 없으니 환웅이 처음 하강하신 곳이라고는 말할 여지조차 없다"고북애자는 강조했다.
위서(魏書) 물길전에는 "나라에 도태산(徒太山)이 있는데 위나라 말로 태백산이라 한다"는 구절이있다. 백두산이 도태산이라고도 불렸으니 태백산과 같은 말임을 옛 문헌도 증명한 것이다.근대 들어 1904년 단군교 포명식이, 1909년 단군교 중광식이 백두산에서 거행된 것도 이같은 인식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일이다.
이때문에 승려 일연이 묘향산을 태백산이라고 주장한 것은, 묘향(妙香)이란 불교적 명칭을 민족발상지인 성산에 연결시키려 한 때문이라는 게 현대의 해석이다. (백두산 설화연구,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소, 1992년 참조)
淸태조 탄생지 기록
백두산은 우리 민족의 성산이지만 청(淸)을 세운 만주족도 지극한 성지로 모셨다.천지에서 화룡가는 길을 택해 내려가다 보면 동측 비탈아래 원지라는 호수가 나온다. 이곳이 바로 청태조 누르하치가 탄생한 곳이라고 한다.
이 연못-만주족 기록들에는 포이호리상전(布爾湖里相傳), 혹은 포륵호리지(布勒湖里池)라는 이름인데-에 은고륜 정고륜 불고륜(佛古倫)이라는 선녀자매 셋이 내려와 목욕을 했다. 신령한 까치가붉은 과일을 물고와 막내 불고륜의 옷에 놓았는데 불고륜이 이를 입에 물자 갑자기 입속으로 들어가 임신했다.
불고륜은 얼마뒤 사내를 낳자 성을 애신각라(愛新覺羅), 이름을 포고리옹순(布庫里雍順)이라 지어주고 하늘로 올라갔다. 이 아이가 자라 만주를 건국하니 곧 청태조이다
시조의 탄생지로 기록된 만큼 백두산은 청으로부터 숭상받았다. 1677년 청은 백두산을 성산으로선포하고 백성은 발도 들여놓지 못하게 했다. 봉금(封禁)정책이다.
백두산은 해마다 두차례 청의 제사도 받았다.
그렇지만 근.현대의 백두산에 종교적 색채가 강한 것은 아니다. 큰 산인데도 유명한 절이나 절터로 알려진 것은 적다. 자연 조건이 가혹해서 수도승조차 터잡아 살기에는 적당치 않은 탓이다.천문봉에서 천지로 거의다 내려가다 보면 돌기둥 몇개만 남아있는 조그만 절터가 나온다. 종덕사(宗德寺) 터다.
3중 벽으로 돼있고 8각이어서 팔괘묘(八卦廟)라고도 부른다. 연변대 관계자는 1928년 최시현이란이가 세웠다는 기록이 안도현지(誌)에 있다고 밝혔다.
연변 포교활동 활발
현재 백두산에서 비교적 뚜렷한 종교 유적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은 종덕사 터 뿐이다. 그렇지만 사회주의를 도입한지 반세기가 다 돼 가는 연변에도 여전히 불교적 전통이 면면하고 성당교회도 활발한 포교활동을 펴고 있다.
연길시 태평가에 있는 연길천주교회는 매주 4면의 주보를 낼만큼 성장해있었다. "주일에는 미사참배 온 3백명의 신자로 성당이 비좁을 정도"라고 교회 사무실 관계자는 말했다. 살레시오 선교회는 연변기술학교 건립을 추진하고 있었고, 메리놀회에서는 연변대 영어강사로 신부를 파견해두었다.
백두산을 마음에 모셔둔 한국인의 마음은 언제나 남다르리라.
〈다음은 백두산의 사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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