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즐거움을 국민과 함께'란 구호를 내걸고 시작한 '문학의 해'가 저문다. 그동안 관계자 여러분의 노력으로 '한민족 문학인 대회'를 비롯하여 여러가지 행사가 있어 국민들로 하여금 문학을 재인식케 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이 점에 관해서는 응분의 평가가 있어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학은 전람회나 연주회에 역점이 주어지는 미술이나 음악과는 달리, 가시적 행사를통해 수용자와의 사이가 친밀해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한시적인 노력으로 가시적 성과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
문학에서 중요한 것은 우선 매혹적이고 수준높은 작품이요 이를 향수하는 수준 높은 독자층이다.따라서 일차적으로 중요한 것은 창조적 재능이 문학 생산에 전념하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의 조성이다. 적절한 보상과 격려는 이러한 재능이 그 가능성을 구현하는데 필수적이다. 또적정한 문학교육이나 계도는 양질의 독자층을 형성하는데 있어 필수적이다. '문학의 즐거움'이 진정 국민속에서 향유되기 위해선 창작적 재능의 격려와 수준높은 독자층의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이를 위해서는 한시적이 아닌 지속적인 노력이 중점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대중매체의 문학 홀대
뛰어난 재능의 격려와 수준높은 독자층의 형성을 위해서는 각종 매개기관이 계도(啓導)적 기능을제대로 수행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사회에서 적어도 문학에 관한 한 매개기관의 계도적 기능은극히 약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대중매체들이 대중문화쪽에 큰 비중을두고 상대적으로 문학 분야를 소홀히 하고 있다.
계도기능을 저버리고 대중추수에 여념이 없다. 스포츠와 연예면에 큰 지면을 할애하는 한편으로특별지면을 통해서라도 문학과 학문을 조명하는 외국의 유수한 신문과 우리쪽을 비교할 때 그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대중매체의 문화면 강화가 필요하다.
대중매체가 문학쪽에 관심을 두는 경우에도 너무 피상적인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새로 나온 작품에 대한 소개나 논평보다도 누가 절필선언을 했다든가 소설같지 않은 소설이 잘 팔린다든가 하는 비본질적이고 문학주변적인 화제가 최우선이다. 새얼굴과 새경향에 대한 새소식을 좇는것이 대중매체의 속성이라 하더라도 심층적인 기사는 보이지 않는다. 문학외적인 접근으로 모든것이 피상화된다. TV탤런트가 되다만 책을 내면 대서특필이 되고 노장작가가 역작을 내면거의묵살된다.
**'중견·노장 작가 외면
'문학의 해'인 올해만 하더라도 '덧없어라, 그 들녘'(최일남), '그러나'(홍성원), '아우라지로 가는길'(김원일), '모노가미의 새 얼굴'(김원우)과 같은 중견과 노장층의 역작소설들이 나왔지만 과문한 탓인지 대중매체에선 거의 언급되지 않았던 것 같다.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젊은이 중심으로화제를 만드는 것도 문제이다. 젊음은 창조적인 시기요 따라서 문학에선 젊음의 패기가 새 문학을 마련한다. 그러나 노장층의 건재야말로 문학의 연속성을 상기시켜 주면서 우리에게 한길을 계속가는 것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시범이 되어준다. 젊음은 아름다운 것이나 젊음의 문학만이 강조될때 문학은 인간적 성숙과 먼 것이라는 오해를 자아낼 공산이 크다.
**좋은 글쓰기는 읽기부터
대학입시에서 논술고사가 추가됨으로써 근자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널리 퍼져나고 있다. 교육에관한한 국민 모두가 일가견이 있다는 얘기가 있지만 글쓰기에 관해서도 저마다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글쓰기에 관해서 얘기한다는 것은 멋적게 여겨진다. 다만 한가지 덧붙이고싶은 것은 좋은 글은 저마다 저가끔의 방식으로 좋은글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좋은 글쓰기에 어떤 요령이 있는 것은 아니다. 또 단시일내에 갑자기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되는 것도 아니다. 좋은 글을 평소에 많이 읽고 감동을 받은 사람만이 좋은 글에 대한 감각을 갖게 되고 좋은글도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좋은 글을 알아보는 능력이 세상에서 말하는 글재주의 실체이다.이점 글쓰기에도 왕도는 없다. 읽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문학의 해'를 보내며 강조하고 싶다.〈연세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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