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은행 신용대출 확대모색

입력 1996-12-23 14:34:00

한국적 상황에서 신용대출확대와 부실여신은 비례할수밖에 없는가. 국내 금융계가 풀어야할 최대과제이다. 그러나 최근 OECD가입으로 금융시장 잠식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지역 금융계에도 이같은 해묵은 숙제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가시적으로 나타나고있어 주목을 받고있다.솔직히 담보가 없는 업체에 은행돈은 그림의 떡일뿐이다. 경기가 침체돼 특별 구제금융이 지원돼도 담보력이 바닥난 대부분 중소업체는 지원신청조차 할수없는것이 현실이다. 부실을 우려한 금융기관에서는 이야기도 들어주지않는다.

그러나 외국금융기관들의 지역진출이 가시화되면 상황은 달라질수밖에 없다. 외국계 은행들은 여신의 대부분을 신용으로 운용하고 있기 때문. 이자부담이 낮은데다 무담보 신용으로 자금을 운용하면 금융시장 잠식이 가속화될수밖에 없다.

지역금융계에 비상이 걸리는것은 당연한 이치. 현재 국내은행들은 담보위주로 자금을 운용하면서도 부실은 신용위주의 외국은행보다 훨씬 많다. 이유는 여신심사기법이 미흡한데 있다.또 담보를 1백%%이상 확보해도 부실은 줄지않는다. 담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가격이 급속히 하락하고있기 때문이다. 부동산경기가 살아있던 2년전만 하더라도 부동산 담보만 있으며 채권확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대구은행의 경우 매월 10여건에 이르는 기업부도시 채권확보를 위해 경매절차에 들어가면 1백%% 채권확보가 되는 경우는 전혀 없다. 공장기계등 시설담보가 많은 경우에는 확보율이 10%%선에 그칠때도 있다.

이에따라 지역은행들은 기존의 담보위주 여신관행이 한계에 왔다고 판단, 신용대출을 늘리기위해제도보완을 서두르고있다.

대구은행은 금년3월 신용부실 업체를 사전에 체크하기위해 부실예측 모델개발에 착수했다. 내년2월 모델이 개발되면 약1년간 시험적용한뒤 98년3월부터 본격시행할 계획이다. 은행측은 신체제가구축되면 적정기준에 부합하는 업체에는 신용대출을 적극지원, 현재의 담보관행을 탈피한다는 계획이다. 신모델에 과거 도산한 업체의 경영패턴과 성장중인 업체의 현황을 입력한뒤 지역특성을가미해 활용할 방침이다. 직원들의 신용분석사 자격증 취득도 적극지원, 기법 숙지와 함께 신용대출 마인드를 확대할 계획이다.

대동은행도 1-2년내 부실예측모델 프로그램을 전문개발업체로부터 매입, 여신심사에 활용한다는계획을 세워놓고있다. 또 우량거래처를 적극적으로 발굴, 신용대출을 늘려나갈 계획이다.이들 은행들은 새로운 신용평가 모델에 기업의 미래지향적 요소를 선정, 가중치를 대폭 부여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있다. 미래지향적 요소에는 성장가능성, 업종 전망, 수익성등이 포함된다. 벤처기업등 가능성은 있으나 담보력이 취약한 지역기업이 은행을 쉽게 이용할수있도록 한다는 것.이와함께 객관적 평가가 낮아도 경영주의 경력이나 주관적 평가만으로 대출이 이뤄지던 관행도근절시켜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문제는 일정수준까지 신용축적이 돼있는 기업이 적다는데 있다. 현재 전국은행연합회에서작성한 중소기업 평가기준상 신용대출을 받을수있는 65점이상 업체는 불과 15-20%%에 불과하다. 물론 천편일률적인 기준의 한계때문에 가능성이 있는 업체가 탈락되는 경우도 상당수되지만이같이 묻혀진 우량업체가 절대 다수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금융기관의 신용대출제도 보완과 함께 기업 스스로 신용을 객관적으로 인정받을수있는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는 것이 금융전문가들의 지적이다.

〈池國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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