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론-OECD시대의 득과 실

입력 1996-12-20 14:43:00

"최명주 〈계명대교수·경제학〉"

우리나라가 스물아홉번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이 되어 금명간 OECD대사를 파견하게된다. OECD는 선진국간 경제협력기구로 출발하여, 회원국간의 경제거래 자유화 뿐아니라 후진국들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를 주도하여 선후진국간의 발전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도 기울여왔다.

이러한 OECD가 90년대 들어서면서 동유럽 국가와 남미의 멕시코등 중진국 그룹을 일부 동참시킴에 따라 선진국 클럽 내지 세계경제운행을 주도하는 그룹이라는 이미지가 다소 저하되었다.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역할이 다소 변하였으나, 회원국이 지켜야 할 각종 규범과 규약은종전과 같다.

*늘어나는 국제적 의무

OECD회원국이 되면, 첫째로 상품이나 서비스 거래의 자유화 뿐아니라 국제자금시장거래, 국제채시장거래, 외국인 직접투자등 국제자본거래까지도 자유화할 의무가 생긴다. 이러한 자본시장의 개방으로 인하여 지역금융시장이 세계금융시장으로 통합되는 과정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둘째로, 각종의 국제경제거래와 각국내의 상거래, 노동, 환경등에 관한 OECD 공통의 규범을 따라야 할 의무를 지니게 된다. 말하자면 공동의 준칙하에서 회원국들간의 경제거래가 이루어진다.셋째로, 각종의 국내외 경제활동과 경제정책들에 관한 통계와 정보가 노출되므로 민간 부문의 경제활동과 정부의 산업정책등이 투명하게 드러나게 된다.

즉 개방, 준칙및 투명주의를 특징으로 하는데, 우리 경제의 현실은 어떠한가?

1인당 소득을 100달러에서 10,000달러로 100배 늘리는데 불과 30여년 걸리는등 고도압축성장과정을 거치면서 몇가지 그릇된 풍토를 낳았다. 즉 질보다는 양, 내용보다는 포장, 과정보다는 결과를중시하는 실적주의가 팽배하게 되었다.

또 편의주의가 자리잡게 되었다. 정해진 절차를 경유하기보다는 이른바 특급료를 지불하고 절차를 뛰어넘어서 인허가를 따내고,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보다는 한탕주의가 우위를 점하고, 개인적 연고주의에 의해 주요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등 규칙경시풍조가 만연하게 되었다.나만 중히 여기고 남의 것이나 우리 공동의 것에 대해서는 지극히 경시하는 배타적 이기주의가팽배하여 사회전체의 효율성이 낮아졌다. 개인적으로 수지가 맞지않으면 아무리 사회 전체적으로필요한 것들이라도 외면을 당하게 된다. 내 자녀를 위하여 가계에 압박을 가할만큼의 엄청난 규모의 사교육비를 지출하면서도, 학교교육을 위한 투자에는 인색하다. 내 집안은 화려하리만큼 깨끗하게 꾸미지만 동네 공원의 벤치와 공중전화통은 부서진 채로 있어 임자없는 것들이 모름지기푸대접을 받는다.

*제도·의식의 변화요구

이처럼 실적 주의, 한탕주의, 배타적 이기주의가 만연된 우리의 현실에서 개방주의, 준칙주의 및투명주의로 요약될 수 있는 OECD에의 가입은 우리 경제에 적지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OECD가입에 따른 직접비용으로 분담금과 개도국 원조비용이 있다. 금융시장등의 개방이 가속화됨에 따른 적응 비용과 OECD준칙에 맞도록 각종 제도를 바꾸어 나감에 따른 적응 비용이 회원국이 됨에 따른 간접비용에 해당된다. 경제 각 부문의 개방이 가속화됨에 따라 경쟁력이 약한 기업이 도태되는등 산업구조조정의 템포도 빨라질 것이다.

반면에 경쟁력을 갖춘 참신한 기업들이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수도 있을 것이다. 또 경제사회내의 어두운 치부가 노출됨으로써 그동안의 비뚤어진 경제 관행과 그릇된 풍토가 개혁될 수 있는계기가 마련될 수도 있다.

*그릇된 풍토 바로잡아야

OECD가 선진국 클럽이라는 이미지가 퇴조한 점을 접어두고라도 선진국 클럽에 가입함으로써 저절로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우리 경제에 미치는 득과 실의 크기는우리 자신들의 대응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오늘날 우리 경제사회가 처하고 있는 문제의 근본이 과거 고도압축성장과정에서 빚어진 실적 주의, 한탕주의, 배타적 이기주의와 그에 따른 자본주의 시장질서 운행의 기본원칙이 흔들림에 있다는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이러한 공동의 문제인식하에서 OECD가입을 우리의 그릇된 풍토를 바로잡는 계기로 삼을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책을 모색하는데 우리 모두 지혜를 모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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