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담보 대출사기단 사건

입력 1996-12-20 00:00:00

"반신반의했으나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들을 찾아갔습니다"

19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킹덤오피스텔 6층 '대일인터내셔널'사무실엔 대출사기단에게 거액을 사기당한 피해자들이 줄줄이 몰려들었다. 이들 대부분은 연말에 돌아올 어음을 막거나 종업원들의 임금지급을 위해 사기단을 찾았던 영세중소기업인과 자영업자.

피해자 박모씨(34·사업)는 "무보증에 1억까지 대출이 가능하다는 말에 의심을 가졌지만 5천만원이 연말까지 마련되지 않으면 부도가 날 상황이어서 실낱같은희망으로 이들을 찾았는데…"라며말을 잇지 못했다.

범인들은 지난 10월 20일쯤 지역에서 발행되는 각종 생활정보지에 '무보증 1억까지 대출가능'이라는 광고로 피해자들을 유혹했다.

범인들은 가짜 물품구매서를 작성,보증보험의 보증을 받으면 자신들이 잘아는 신용금고로부터 대출을 받을수 있다는 변칙 대출방법을 자세히 설명, 피해자들을 안심시켰다. 범인들은 서울에 있다는 수입가구회사 '원일퍼니처'명의로 가짜 물품구매서를 작성했다. 대출은 부산에 있는 ㅂ상호신용금고로부터 받을수 있다고 피해자들을 속였다.

금융관계자들도 "사기범들이 제시한 방법이 가능하다"고 밝혀 이들이 치밀한 계획아래 사기를 공모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사기 피해자중에는 보험회사 대출담당자도 있어 이들의 능수능란한사기수법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을 것같다.

범인들은 또 이자율을 은행과 같은 13·5%%에 상환기일을 5년으로 선전,가계 자금을 마련하려는일반 서민들까지 끌어들였다. 이에 따라 피해자중에는 가정주부와 직장인은 물론 대학생까지 포함돼있다.

사기 피해자들이 걱정하는 것은 범인들이 가지고 달아난 피해자들의 인감증명과 도장,주민등록등본등을 사용,또다른 범행을 저지르는 것이다. 금융사기단이 흔히 사용하는 수법중 하나가 대출을 명목으로 각종 증빙서류를 챙겨,차량 구입이나 신용카드 대출,고가의 물품구입 등에 사용한 뒤달아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연말 지역경제는 대출사기사건의 회오리에 휩쓸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李宰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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