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씨 일가 기자회견-탈북저지 국경경비 강화

입력 1996-12-17 15:05:00

"북, 전쟁대비 화생방 교육"

북한은 주민들의 탈출러시를 막기 위해 국경경비 초소를 2배로 늘리고 있으며 국경경비 초소당근무인원도 3배 가까이 대폭 증원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또 유사시에 대비해 가정집에 화생방 기재를 비치토록 한 뒤 주민들에게 화생방교육을 실시, 전쟁이 발발할 경우 대규모 인명살상이 예상되는 화생방전을 불사할 것임을 예측케 했다.북한을 탈출, 중국과 홍콩을 경유해 최근 귀순한 김경호(金慶鎬·61)씨일가 등 16명은 17일 오전10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은 사실을 폭로했다.김씨 일가의 탈북을 도운 최영호씨(30·회령시 안전부 노무자)는 "주민들의 탈출이 계속되자 4㎞마다 1개씩이던 국경경비초소를 2㎞마다 1개씩으로 지난 9월부터 증설중"이라며 특히 탈출로로흔히 이용되는 도강지점에는 잠복호를 별도로 설치한 상태라고 말했다.

최씨는 특히 "김정일이 국경경비 업무를 보위부에서 인민무력부로 넘기라고 작년 11월 지시한 뒤초소별 근무 인원이 8명에서 21명으로 대폭 늘었다"며 각 초소에는 정치지도원과 보위지도원 1명씩을 배치, 초소근무자에 대한 사상 교양과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경호씨의 맏며느리 이혜영씨(26)는 "작년 9월 유사시에 대비해 개인별로 비닐안경, 모자, 장갑,양말, 헝겊마스크 등의 화생방 기재를 만들어 각 가정에 비치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말했다.이씨는 "그후 인민반장이 화생방 기재 비치실태를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며 "회령시의 경우 당에서 동별로 1개 인민반씩을 선정, 화생방 기재를 제작토록 한 뒤 주민들을 모아놓고 화생방 교육을 실시중"이라고 증언했다.

이씨는 또 "북한에서는 임산부들이 해산후 먹을 것이 부족해 몸 보신을 위해 태반을 먹는 등 식량사정이 극도로 악화됐다"며 병원에서는 약제사용 명목으로 태반을 일절 내주지 않기 때문에 임산부들은 고단백으로 알려진 태반을 먹으려고 병원출산을 기피하고 있다고 밝혔다.주민교양 실태와 관련, 이씨는 "작년 초부터 김정일을 친애하는 지도자에서 위대한 영도자로 호칭토록 하고 그를 미화한 1백여개의 문장을 암송토록 해 개인별로암송여부를 검열하고 있다"며 "김정일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기 위해 매주 화요일 그를 우상화한 노래를 보급하는 사업이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전쟁준비 상황에 대해 김경호씨의 넷째 사위인 김일범씨(28)는 자신이 작년 7월까지 근무한 해군 12전대의 경우 유류, 식량 등 전쟁예비 물자를 1백%% 비축해 놓은 상태이고 전쟁준비의마지막 단계로 전사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올해 초부터 당자금으로 중국산 담배를 수입, 군부대에 보급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金美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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