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동북아 지방간 협력시대-"경주 심포지엄을 열며"

입력 1996-12-17 00:00:00

"김영호 〈경북대교수·경주국제심포지엄 조직위원장〉"

이번에 21세기의 동북아새시대를 내다보며 국제학술심포지엄을 열게 되었다.

'동북아지방자치단체연합'의 의장자치단체인 경상북도와 포항공대 그리고 경북대학교의 공동주최이다. 92년 포항국제심포지엄에 이은 두번째의 공동개최가 지역사회의 공동협력노력을 보여주는아름다운 현상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번 경주국제심포지엄은 아마도 국내에서 개최된 심포지엄중가장 큰 규모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되지만, 그러나 정작 우리가 노린 것은 규모가 아니라 내용이며 양(量)이 아니라 질(質)이며, 선전적인 행사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지역의 발전에 연결시키는것이다.

*국가간 협력과 보완

이번 심포지엄은 특히 지난 10월의 동북아지방자치단체연합의 출범을 계기로 동북아의 지방간 교류협력의 체제를 학문적으로 모색하고 체계화하기 위한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불안정하고 마찰이 심한 동북아지역에 지방간 교류협력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이것은 기존의 국가간 관계를 경시하거나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보완하고 뒷받침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방은 국가간 관계의 경직적인 측면을 우회하거나 회피하면서 부담없이, 손쉬운 일부터 가볍게 교류하고 협력하는 관계를 심화확대할 수 있는 것이고 그 관계를 통하여 지방의 발전을 촉진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동북아에 있어서 기존의 국가간 관계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그것과는 별도로 지방간 교류협력관계를 발전시킴으로써 동북아의 채널(Channels)화가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이 번 심포지엄의 부제(副題)를 '또 하나의 동북아'라고 하였다. 국가간관계로서의 동북아에 덧붙여 지방간 관계로서의 동북아를 하나 더 만들자는 뜻이다. 동북아를 하나 더 만드는 설계의 모임-이것이 이번 경주심포지엄의 성격이라고 할수 있다.*지방이 모인 아시아로

유럽을 만든것은 국가들이 아니라 지방이라고 한다. 그래서 'Europe of Locals'라고 한다. 아시아도 이제 지방이 모여서 아시아가 되는 'Asia of Locals'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지방화시대의 당연한 과제이다. 사실 지방자치야 말로 시민참가, 주민참가의 가장 직접적이고 기본적인 단위라는 점에서 지방간 관계는 실상 시민적 관계이며, 민주시민간의 열린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길이기도 하다. 이것을 시민아시아(Civil Asia)에의 길이라고 해도 좋다. 다행히 한국 일본 대만등에서는 민주화와 산업화의 진전으로 지방자치제가 발달하고 있고, 중국도 전통적으로 지방별 자치의 경향이 강하며 러시아의 극동시베리아지방에도 최근 자치권이 크게 강화되고 있다. 북한도나진선봉·청진등지의 자유경제무역지대가 확대되고 있다. 길은 험하지만 조금씩 열리고 있고 이것을 더욱 넓혀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넓혀지면 넓혀질수록 동북아는 더욱 협력적이될것이다. 동북아가 깨지면 한국이 가장 위험하고 동북아가 협력적이 되면 한국이 가장 덕을보게되는 구조속에 우리가 살고있다. 흔히 동북아라고 하면 동북아에 속하는 국가끼리의 협력을 상상하기 쉽다.

*세계협력의 기틀마련

동북아는 세계에서도 이웃나라간의 협력체제가 가장 뒤떨어진 지역의 하나라는 점에서 동북아에속하는 국가끼리의 협력은 매우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동북아를 무대로 하는 세계협력이라는 성격도 살려야 할것이다. 그만큼 복합적인 상황이다. 사실 동북아 각국이 역내 국가못지 않게 역외(域外)의 미국이나 유럽국가와의 관계를 가장 중시하고 있는 마당에 이것은 현실적으로 어쩔수 없는 것이기도하다. 이번 경주심포지엄에 미국이나 독일의 전문가를 초청한것은그때문이다. 이번 경주심포지엄에서는 지방간 교류협력이라는 관점에서 문화 환경 산업기술 정보및 남북한 관계등 다섯 주제를 다루게 된다. 지방간 문화교류, 산업기술협력, 정보네트워크의 구축등으로 지방의 세계화 문제를 전문적으로 구체화해보자는 것이다.

*제2의 지리상 대발견

지방의 문화와 산업을 국제적 차원에서 재발견하고 국제관계를 지방적 차원에서 재구성하는 것은그야말로 21세기를 내다보는 '제2의 지리상의 대발견'이 아닐수 없다. 이러한 제2의 지리상의 대발견에 앞장서는 지방이 21세기의 주도권을 잡게 된다.

92년의 포항심포지엄을 계기로 한국에서 처음으로 '환동해(環東海)질서'가 본격화되었고, '일본해'이름 개정을 국제회의에서 처음으로 결의하였으며, 포항~청진간의 직항로 개설을 남북한이 합의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우리는 이번 경주심포지엄을 계기로 동북아 산업정보네트워크의 구축, 동북아 대학간 네트워크의 구축, 동북아 기술협력센터의 설립, 동북아 NGO연대의 촉진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그것을 효율적으로 촉진하기 위해 대구-포항-구미의 산업적 金三角과 경주-안동-경산의문화적 金三角을 기축으로 하는 대구·경북의 지방간 협력체제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지역협력체제를 갖추지 못한 개별국가들이 힘을 못쓰듯이 지방협력체제를 갖추지 못한 개별도시·개별지방도 힘을 쓰기 어렵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강조하고 싶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