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15세 양지로 소녀

입력 1996-12-16 14:20:00

지난 12일 6시 대구 남부경찰서 형사계. 투박한 경찰서 사무실 분위기에 걸맞지 않게 10대 소녀1명이 사무실 구석 의자에 앉아 있었다.

간밤에 대구시 남구 대명3동 속칭 '양지로' ㄱ식당에서 술 손님을 상대로 퇴폐영업을 하다 경찰에 붙들려온 장모양(15).

충북 단양이 고향인 장양은 지난해 중학교를 중퇴하고 동촌에 사는 친구를 찾아 대구에 왔다. 아는 언니의 소개로 양지로로 흘러든 것이 지난 8월. 처음에는 길가는 사람을 술집으로 끌어들이는'삐끼' 역할을 했다.

그러나 장양은 음습한 양지로 밤거리에 익숙해지면서 점차 홍등가 여인으로 바뀌었다. 주로30~40대인 술손님 앞에서 옷을 홀딱 벗기도 하고 그들이 짓궂은 짓을 해도 무감각해졌다. 담배도배웠다.

술집이나 여관에서 윤락행위를 했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흔들었다. 잡혀갈까봐 거짓말하는 거냐고또 묻자 얼굴을 빤히 보며 피식 웃었다. 여느 10대와 같은 천진한 모습.

장양은 갑자기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에 가끔씩 놀랐지만 주위에 자기와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이많다는 사실로 위안을 삼았다. 꿈을 버린지도 오래다.

그녀의 관심은 경찰의 추궁에 못이겨 집을 알려주는 바람에 잡혀와 건너편 자리에서 조사받고 있는 술집 주인 아저씨(37) 문제. "우리 아저씨 어떻게 돼요?"

장양보다 한살 적은 아들의 학교성적이 떨어지면 야단치는 아저씨. 그 아저씨가 밤만되면 돈 때문에 '몹쓸 짓'을 시켰지만 그래도 장양은 그가 구속될까봐 걱정했다. 경찰에 아저씨 집을 가르쳐준 것을 후회하는듯도 했다.

그러나 장양은 이번에 법무부 소년분류심사원에 수용되면 부모에게 연락해 집으로 돌아가기로 작정했다 한다.

장양이 고향에 돌아가면 평범한 10대 소녀로 돌아갈 수 있을까. 지켜보는 이들이 가슴막혀 했다.〈崔在王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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