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종이호랑이 대구시의회

입력 1996-12-16 00:00:00

대구시의회는 집행부인 대구시에 대한 견제기능을 스스로 포기했는가. 대구시의회가 97년도 대구시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상임위에서 삭감한 일부 항목들을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되살려놓고는의원들 스스로도 '견제기능엔 약했다'는 반응을 보이는등 집행부앞에서는 작아지는 의회라는 자화상을 그렸다.

시의회 예결특위는 산업위원회에서 삭감한 '지역수출상품 해외시장개척단 파견비용'중 1억5천만원을 되살려 총예산 3억원의 집행부원안대로 의결했다. 시의원들은 상임위의 예산안 예비심사에서부터 "소모성경비는 줄이고 불요불급한 사업도 없애나간다"며 지역경제의 어려움을 대구시 살림에서부터 솔선해서 낭비를 줄여나가겠다고 '칼'을 갈았었다.

그러나 상임위에서 삭감한 해외시장개척단 파견비용이 예결위에서 되살아나는등 집행부의 '읍소'와 '설득'에 하나씩 무너져내린 것이다. 특히 시장개척단 파견비용의 경우 문희갑 대구시장과 대구시의회와의 힘겨루기에서 시의회가 또한번 밀렸다는게 시의회 안팎의 시각이다.문희갑대구시장은 대구시의회 정기회의가 열리는 기간동안 해외시장개척단을 이끌고 중남미를 돌아 지난10일 귀국했다. 대구시장이 시의회의 정기회의기간에 해외나들이를 나가게 된데대해 일부시의원들은 "시의회를 경시하는 처사"라 흥분했고 결국 "시장없이는 대구시정질문을 할 수 없다"며 문시장 귀국이후인 17일부터 시정질문키로 의사일정을 조정했었다.

문시장이 없는동안 대구시의회는 상임위별로 행정사무감사와 예산안 예비심사를 통해 집행부의업무를 추궁하고 또 업무추진비와 특수활동비등 살림살이를 따졌었다. 굉장한 기세였다. 그러나이 기세는 차츰 줄어들었다.

문시장은 해외순방후 첫날 대구시의회 예결위원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예결위 계수조정기간 내내 집행부는 의회주변에서 촉각을 곤두세웠다. 결국 대구시의회는 대구시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만것이다.

한 예결위원은 "처음엔 호랑이를 그리려고 했는데…"라며 자꾸만 약해진 예결위의 예산안심사를자평했고 또다른 의원은 "어쨌든 종이호랑이"라는 말로 집행부 견제의지가 약했음을 실토했다.〈李敬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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