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대학살 당시기록 뉴욕서 공개

입력 1996-12-14 14:28:00

1937년부터 38년 일본군에 의한 남경(南京)대학살 때 독일의 열성 나치당원이 위기에 처한 중국인들을 구한 영웅적인 활동을 기록한 일기장이 발견돼 외신에 화제가 되고 있다.12일 뉴욕에서 공개된 화제의 일기장은 당시 독일상사의 중국주재원 존 라베씨가 쓴 것으로 총 1천2백페이지에 2개월간에 걸친 무자비한 살인과 강간, 약탈의 장면이 상세히 기록돼있다.일기장에는 또 일본군의 횡포로부터 중국인을 구하기 위한 라베씨의 무용담도 수록돼 있는데 이일기장을 발굴한 아이리스 챙씨는 2차 대전 당시 유태인 보호에 앞장섰던 독일인 오스카 쉰들러에 비유, 라베씨를 '중국의 오스카 쉰들러'라고 부른다.

일기장에는 중국인 처녀를 일본군에게 강간당하기 직전에 구해준 이야기와 폐허가 된 도시에서굶주린 중국인들을 위해 쌀을 구해오던 이야기, 자기집 뒤뜰에 판 땅굴에 6백50여명의 중국인들을 숨겨놓고 아슬아슬하게 일본군 수색대를 따돌리던 이야기 등도 들어 있다.

그는 이때 "이 모험은 매우 위험하다. 일본인들은 총검을 가지고 있으나, 내가 가진 것은 당(黨)의 마크와 '스와스티카' 완장뿐이다"라고 기록했다.

남경대학살 사건은 아직도 일부 일본인들에 의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호도되고 있으나, 하버드대학교 중국사 전공 윌리엄 커비 교수는 "일기장의 내용은 당시의 실상을 매우 생생하게 전달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인들이 들어와 도시를 약탈하고, 최소한 2만명의 여성을 강간하고, 5만명을 살해한 당시상황을 매일매일 일어난 일에 따라 자세하게 기술한 자료는 없었다" 커비교수의 말이다.일례로 1938년 1월 1일의 일기에서 라베씨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옷을 완전히 홀딱 벗은 일본군이 중국소녀를 덮치고 있었고, 소녀는 몸부림치며 울고 있었다. 나는 이 돼지같은 놈에게 무턱대고 '해피 뉴 이어'라고 고함을 질러댔다. 그러자 그는 벗은 몸에 바지를 손에 들고 달아나 버렸다"

그는 이 일기장이 남경대학살에 대한 새로운 조사를 촉발할 뿐 아니라, 이에 대한 책임을 부인하고 있는 일본에 대한 비난을 고조시키는 계기가 될것으로 전망했다.

라베씨는 1882년 함부르크에서 태어나 1950년에 사망했으며, 1908년부터 1938년 사이를 대부분독일 '시멘스'사(社) 주재원으로 중국에서 보냈다. 당시 시멘스사는 중국에 전화기, 터빈, 전기기구 등을 팔았다.

그는 1938년 독일로 돌아와 아돌프 히틀러에게 일본군의 만행을 중단시켜줄 것을 요구하는 편지를 썼으나, 이 때문에 체포돼 비밀경찰 '게슈타포'의 조사를 받고 풀려났다.

〈呂七會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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