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비뚤어진 一流大 지원 강요

입력 1996-12-12 14:44:00

대입 특차원서 접수가 마감되고 정시접수가 또 시작된다. 특차지원 여부를 놓고 많은 갈등을 느낀 수험생들이 다시 정시원서 접수에 신경을 곤두 세우게 된 것이다.

우리는 학교·학과선택은 수험생의 적성과 취향에 맞게 해야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전공의 창의성도 살리고 사회에 진출해서도 일에 보람과 활력을 느낄 수 있다고 이미 강조한 바 있다.그런데 특차모집원서 제출과정에서 고교서는 학생의 적성을 도외시한채 수능고학점자들에게 무조건 서울대를 지망토록 강요한 사례가 많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교사는 원서를 써주지 않을뿐 아니라 내신성적표도 내주지 않았다는 것은 교육현장에서 부터 교육관(敎育觀)이 비뚤어져 있음을 명백히 드러낸 것이다.

보다 안타깝고 실망스런 일은 교사가 이처럼 소위 명문대지원을 강요하다시피 하는 이유가 몇명을 일류대학에 합격시키느냐가 담당교사의 근무성적이 되고, 많이 넣는 고교가 우수고교로 판정받아 교육당국의 지원을 더 받는다는 한심한 교육정책에 있다는 점이다. 현장교육을 바로 잡아야할 교육청이 교육의 근본정신에 어긋난 지침을 시달하고 있으니 우리나라 교육전반의 장래가 걱정스러울 수 밖에 없다.

물론 교육현장서는 할 말이 많다. 일류병이 사라지지 않고있는 학부모·학생의 의식과 또 일류대학출신을 선호하는 사회각계의 구조적인 병폐가 우선 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사회구조의 문제, 의식의 문제해결과 함께 현장교육종사자부터 고정관념의 틀을 부수겠다는 강한 실천의지를 가지지 않으면 안된다고 보는 것이다.결국 중고교의 정상화 노력은 첫단계인 현장에서부터 있어야하고 교육청도 현장교육의 목표인 전인교육에 치중할 수있게 각종 지시·지침도 대폭 손질해야하는 것이다. 언젠가는 끊어야할 폐습들을 교육계가 솔선하겠다는 강한 의지와 추진목표를 밝히고 나오면 사회도 점진적으로 수용하는태세를 보이게 되리라 믿는다.

이번 특차원서접수때 일선고교서 빚어진 고득점자 서울대지원강요에 대해 포항공대가 고교진학지도의 잘못을 비판하고 나선것은 주목할만 하다. '적성을 무시한 특정대학 지원강요사태는 비교육적'이라는 이 대학의 성명은 오늘의 교육현실의 단면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 새겨볼 일이라고본다.

포항공대의 성명서 하나가 당장은 교육현장의 악습을 고칠 수는 없을지 모르나 이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고 고교교사와 교육청의 자성의 소리가 더 높아져 바른 길을 모색하는 계기가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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