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 논단-대구섬유의 살길

입력 1996-12-11 15:20:00

대구섬유가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좌초의 위기에 놓여있다.

현재의 지역 섬유 불황은 국내경기의 총체적 침체국면의 여파와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대구 섬유가 안고 있던 구조적인 문제들이 일시에 불거진 결과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고질적인 병폐가 시정되지 않고서는 종래의 성장주도산업으로서의 위상을 다시금 회복하지못할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가 어두운 장기불황의 터널로 빠져들 우려마저 없지 않다.따라서, 지역 섬유업계가 당면한 위기를 벗어나 지역 선도산업으로서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서는업계 스스로의 자성과 아울러 다음과 같은 자구책이 선행되어야 한다.

첫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 섬유업체 상호간의 신뢰회복과 결속이라 할 것이다. 그동안 집단행동을 통한 세과시와 목청 높이기에만 급급했던 여러 섬유단체와 조합들도 이제는 소극적인자세에서 벗어나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원가절감과 가격안정을 위한 공동구매 및 판매등의협력체제 구축에 발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둘째, 최근의 섬유불황이 수출 물량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지역업체끼리의 과당경쟁에 의한 가격하락과 그로 인한 채산성악화에서 비롯된 만큼, 과잉설비의 해소와 투매 및 물량위주의 밀어내기식 수출을 지양하기 위한 업계의 자율규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과잉생산을 원천봉쇄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자기등록제를 실시하거나, 직기폐기·증설에 대한 업계상호간의 감시기능을높이기 위해 조합차원에서 직기를 관리토록 할 필요가 있다.

셋째, 오래전부터 되풀이 되어온 중저급품 위주의 대량생산과 박리다매식 판매방식에서 벗어나신제품과 차별화된 고가품의 개발을 통해 소비자의 수요에 신속히 대응(Quick Response)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원사·제직·염색가공·디자인·패션등 각 스트림간에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이들간에 기술및 시장수요 정보등이 원활히 흐르도록 해야할 것이다. 이와함께 기술개발을통해 차별화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지금과 같이 먼저제품을 개발하는 기업은 손해를 보는 불합리를 시정해야 한다.

넷째, 지역섬유와 관련된 데이터와 정보를 축적하고 섬유업계의 실상에 맞는 처방을 하는 동시에여러가지 유용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섬유개발연구원내의 섬유정보센터의 기능활성화 등이 필요하다.

이러한 업계의 자구노력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정책당국에 의한 제도적인 지원및 보완책이 아울러 요구된다.

우선 지방화시대를 맞아 경제행정에 있어 지방정부의 역할이 커지고 있고 지역경제에서 섬유업이차지하는 위상이나 중요성을 감안, 대구광역시에 섬유산업을 효과적으로 지원·육성하기 위한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다각적인 지원시책을 펴나가야 할 것이다.

徐榮澤(대은금융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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