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퇴근시간. 밖엔 온통 하늘이 시커멓게 깔려 함박눈이 펑펑 쏟아진다. 여느때 같으면 저눈을 맞으며 한없이 걷고 싶은 충동이 일련만 오늘은 걱정이 태산이다. 얼마전 거금(?)을 들여 구입한 무스탕을 입고 출근했는데 눈을 맞으면서 버스 정류장까지 가려니 눈비를 맞으면 옷이 망가진다는 말때문에 드러내지도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 걱정이 앞선다.
우산도 없어서 괜히 옷때문에 고민을 하면서 운동장을 가로질러 혼자 걸어나오는데 같은 방향으로 가는 동료가 차를 타란다.
여느때 같으면 한번쯤 사양도 했으련만 오늘은 반갑기 그지없어 얼른 탔다.
사람의 맘은 간사하다더니 방금 전까지의 걱정은 싹 가시고 눈오는 날의 드라이브라는 소녀적의감상이 살아났다. 차창에 내려앉은 눈꽃송이가 정겹기도 하고 맘같아선 어느 인적이 드문 산사에서 간간이 들려오는 독경과 풍경소리 따라 찌든 세상사를 눈속에 묻어버리고 눈을 밟으면서 하얀눈위를 따라오는 발자국 만큼이나 깨끗한 삶의 자취를 그리면서 끝없이 걷고 싶은 기분이다.하지만 운전석에는 남편 아닌 동료. 20분도 채안돼 우리 아파트앞에 차가 도착했을때는 고맙고미안한 맘이 엉켜 그냥 가라고 하기엔 빚진 기분이다. 아파트 마당에 차를 세우고 아파트 내 찻집에서 따끈한 차 한잔을 대접했다.
찻집에서 10여분 얘기를 나누는 새 하늘은 맑아지고 집으로 돌아오니 방금 퇴근한 남편이 첫눈도왔는데 드라이브를 가잔다.
"난 벌써 드라이브를 했어요. 차 한잔까지 곁들이면서요"라니 "내 마누라 기분을 나보다 먼저잡은 자가 누구지. 무엇이든 처음은 시험용, 두번째가 본선이잖아"라면서 무조건 차타고 교외로나가잔다.
거실바닥에 커다란 글씨로 애들에게 '엄마 아빠 눈 마중차 외출중'이라고 써붙이고 집을 나서는데 또다시 하얀눈은 펑펑 내리고, 차안은 사람사는 낙으로 훈훈하기만 하다. 대학 다니는 두 아들놈이 늙은 엄마 아빠 심정을 알아차리고 저녁을 잘 해결할 것인지 아니면 저들도 우리처럼 돌아다닐까 쓰잘데없는 걱정을 눈바람에 날려버리며 모처럼 우리 부부는 둘만의 시간을 오붓이 보냈다.
(대구시 서구 내당 4동 308의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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