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통.반 통페합 표과 연1백억이상 예산절감

입력 1996-12-11 14:36:00

올해 초 북구 칠곡1동 동서타운에 입주한 김해원씨(35)는 여러가지 불만을 호소했다. 구청에 갈일은 많은데 강 건너편에 있고 자주 가지도 않는 동사무소는 무려 8개. 그러나 파출소와 소방파출소는 각각 2개 뿐이다. 직원숫자도 동이 1백20명인데 반해 파출소 40여명, 소방파출소는 고작20여명에 불과하다. 자신이 내는 세금이 아무래도 잘못 쓰이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동.통폐합 및광역동 도입

달성군을 제외한 대구 7개 구에는 모두 1백53개 동이 있다. 저마다 동사무소를 갖고 공무원들이배치돼 있지만 인구분포로 보면 천차만별이다. 인구 3천명도 못되는 동이 6개인가 하면 그 10배가 넘는 4만명을 넘는 동도 3개나 된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인구 1만명도 안되는 동이 전체의 3분의1인 49개나 된다는 것이다. 1개동의 적정규모가 인구 2만명이라는 분석과 비교하면 동 구조왜곡은 심각하다.중구 경우 19개 동 가운데 인구 1만을 넘는 동은 남산4동 1개 뿐이다. 동구는 인구 7백여명에 불과한 평광동도 1개 동사무소(직원 6명)를 갖고 있다. 반면 북구 칠곡1동(직원22명)과 3동(직원26명)은 인구가 4만을 넘어섰다.

대구시가 과대동 분할 및 과소동 통폐합을 각 구청에 종용하고 나선 것도 이같은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동사무소 1개를 운영하는데는 부지.건물 외에 경상비 지출만도 연평균 3억원을 넘는다는 분석이다. 대구시는 이들 동을 통폐합할 경우 경비절감 효과가 연 1백억원은 넘을 것으로추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내년 6월까지 시내 동숫자를 현재 1백53개로 동결하는 범위에서 구별 동 통폐합을 추진중이다. 소(少)인구 동이 많은 동.북구는 동사무소를 신설할 경우 기존 동을 줄이고 수성.달서구 증설수요는 중.남구 동사무소 감축으로 메운다는 계획이다.7개구청 가운데 서구청은 이미 내년부터 원대1, 2가.3가, 내당2.3동, 비산2.3동등 6개 동을 3개로통폐합키로 했다. 서구청은 이로써 연간 인건비와 운영비만 약7억원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하고있다. 다른 구청도 이와 비슷한 통폐합 요인을 갖고 있으며 통폐합에 따른 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각 구청.구의회 관계자들은 동 통폐합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구의원 등 동별 기득권층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동북구 지역 일부 동사무소는 극소한 인구에도 불구, 동사무소 거리가 멀어져 주민들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존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일부층만을 위하거나 자동차 보급으로 광역화된 생활권 등을 감안하지 못한 행정제도는 바꿔나가야한다"며 "진정한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행정도 기업형으로 효율극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말했다.

◇통.반 통폐합

이처럼 불균형한 동은 내부적으로 통.반이라는 삐뚤어진 구조를 안고 있다. 현재 대구시내에는 4천3백여개 통과 2만3천여개 반이 있다. 20~30가구를 1개 반으로, 4~6개반을 1개 통으로 획정한 결과다. 대구시가 통장에게 연간 57억여원을, 반장에게 연간 6억 가까운 돈을 지출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과연 그만한 경비를 들여 통반을 운영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이당연히 뒤따른다. 반면 행정전산화와 주민등록 전출입때 통반장 확인제 폐지, 민방위훈련감축 등으로 실제 통반장의 할일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통의 광역화와 반 폐지 등이 거론되는 것도이같은 이유에서다.

대구시는 동 통폐합과 병행해 통.반도 내년 6월까지 광역화하기로 했다. 30~40가구로 1개 반을,6~7개 반으로 1개 통을 만든다는 것이다. 대단위 아파트단지등 신개발지역에 대해서는 탄력적 조정이 가능토록 했다. 이렇게 되면 통은(7개반경우) 1천6백여개가 줄고, 반은(40가구경우) 4천5백여개가 줄어 21억여원의 예산절감이 기대된다.

통반 조정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곳은 북구청의'광역통'제도다. 북구청은 지난9월부터 아파트단지 3~5개통을 1개로 묶는 광역통 2개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기존 통장의 경우 보수가 월9만원에불과했으나 광역통은 각각 27만원, 46만원으로 대폭 인상됐다. 이에 따라 통장의 책임의식과 주민들에 대한 성실도가 어느 통 보다 높아졌다는 평가다. 북구청 관계자는"아파트 단지 등 인구 밀집지역은 어디든 광역통을 만들 여건이 되고 효과도 볼수 있다"며"앞으로 점차 광역통을 늘려나갈 것"이라 말했다.

◇개편시기

경비절감, 행정효율성 제고 등 여러가지 이점에도 불구, 각 구청은 대구시의 동통폐합과 통.반조정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주민반발이 크고 조정에 따르는 공부정리 등 엄청난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기회에 전면적인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된다는 주장이 높다. 기존 제도가 안고 있는 여러가지 문제점과 비효율성이 제거되지 않는 한'진정한 대민행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동 통폐합을 동간 세력싸움 또는 흡수 등으로 보는구시대적 시각부터 사라져야 할 것"이라 지적했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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