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본 격동 '96 (7)-의료계 분쟁

입력 1996-12-11 00:00:00

"끝없는 한·약갈등 '아직도 미결'"

지난93년 한·약분쟁에서 시작된 의사와 한의사와의 대결구도는 올들어서도 별다른 문제해결없이사회에 생채기만 남긴채 또 한해를 넘기고있다.

"의료일원화라는 미명으로 한의와 양의를 통합한다는 것은 민족문화를 말살하는 것과 같다. 엄연히 뿌리가 다른 의학분야를 어떻게 일원화한단 말인가"

"정부는 가두시위와 시험거부, 집단휴업이란 강경방식을 고수하는 단체에는 귀기울이고 의사단체들의 의견은 도외시 하고있다. 의료이원화는 국민들에게 불편만 줄 뿐이다"

아직까지 두단체의 견해는 이렇게 팽팽히 맞서있다. 사실 의료일원화는 60년대부터 의료계의 중대 쟁점사항이었다. 수십년된 해묵은 불씨가 90년대들어 새삼 거세게 살아난 것은 바로 의료계가옛날같지 않기 때문이다.

한방과 양방은 그동안 '보이지않는 손'에 의해 평화롭게 공존해왔었다. 그 평화가 깨진것은 단순히 경제적인 이유때문이었다.

황금시대를 구가해온 의료계에 적자(赤字), 파산(破産)이라는 용어가 나돈것은 불과 몇년전의 일이다. 대구시 의사회는 전체 개원의사중 3분의 1만 과거수준을 유지하고있으며 3분의 1은 현상유지, 나머지 3분의 1은 적자를 면치못하고 있다고 분석하고있다.

약사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몇년새 대구지역 2백여 약국이 문을 닫았다.

'생존권'이 걸린 약사들은 한약조제로 돌파구를 마련하려고했다. 올해 한약조제시험에 전국 2만7천여 약사가 응시, 2만5천여명이 합격했다. 일반 건강보약은 약국에서도 싼값으로 공급하겠다는의지의 표현이었다.

이는 한의학계의 엄청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불법 한약조제시험이라며 전면무효화와 함께 정부의 한의학정책 독립성을 주장하고 나왔다. 한의대생들의 등록거부와 수업거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급기야 무더기 제적사태가 발생하고 한의사들의 진료거부 움직임등으로 사태는 긴박해지기 시작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11월초 한방정책관실을 설립하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 지으려했으나 이는 다시의사들의 거센 반작용을 불러일으켰다.

11월20일 전국의사회는 토론회를 빌미로 일시 휴진을 실시, 정부의 이원화된 의료정책에 강력한불만을 토로했고 이같은 토론회는 지금도 전국적으로 확산되고있다. 한의사협회는 협회대로 12월3일 '민족의학발전 정책대토론회'를 갖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않을 경우 모든 방법을 동원,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결의했다. 국민건강을 담보로 '밥그릇'싸움을 한다는 거센 여론에도 불구, 의료계의 대립은 점차 극한으로 치닫고있는 실정이다.

대형약국과 일반약국간의 분쟁도 올해 의료계의 사건으로 기록된다. 소위 의약품 가격파괴로 불황을 이기려는 대형약국과 부정한 방법으로 영업을 한다는 일반약국간의 논쟁은 폭력사태로까지발전했다. 지금도 양측에서 서로 양보할수있는 선에서 묵시적 합의를 보았을뿐 근본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있다. 〈尹柱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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