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失望스런 제도개선

입력 1996-12-10 14:40:00

지난 4개월 동안 여야가 줄다리기 해오던 제도개선 협상 결과를 지켜보면서 선진 정치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의 완비가 지난(至難)한 일임을 다시 한번 실감케 된다.

누가 보더라도 선진의 민주 정치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사안(事案)들이 집권 여당이나 기득권층의 선거'프리미엄'을 의식한 탓인지는 몰라도 유야무야로 넘겨지거나 유보됨으로써 제도개선특위가 타결한 협상결과는 역시 기대치에 못미쳤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첫 술에 배부르지 않다'는속담처럼 이번 협상결과 검찰의 중립화를 선언적인 의미에서나마 명문화한것이라든지 검찰총장의퇴임후 2년간 당적(黨籍)보유및 공직취임 제한과 경찰청장의 퇴임후 2년간 당적 보유제한등 공명선거를 위한 가시적(可視的)인 성과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현행 통합선거법의 기본 취지라 할수 있는 '돈은 묶고 말은 푼다'는 골격을 바꾸어 유급선거운동원을 2배로 늘린것은 돈 안쓰는 깨끗한 선거라는 당초의 선거개혁 의지의 퇴색을 뜻하는것처럼 보인다.

더구나 선거사범의 연좌제 관련 범위에서 선거사무장과 회계책임자를 제외시킨 것은 선거의 실질적인 지휘자들인 이들을 법적 규제에서 풀어놓은 것으로 선거부정의 길을 터놓았다는 비난을 면치못할 것으로 받아들여진다.사실 이번에 제도개선특위가 예산안 처리까지 뒷전으로 미룬채 실랑이 끝에 얻어낸 결과는 공명선거 풍토 조성을 위해 법적,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깔끔한 마무리가 아니라 내년도 대선(大選) 환경개선을 위한 실익(實益)챙기기에 오히려 급급했다는 인상이 짙다.

이번 협상에서 제도개선의 초점이라 할 수 있는 검찰총장 국회출석 의무화, 검찰위원회 구성, 자치 경찰제 도입과 국회임명동의직과 추천직에 대한 인사청문회 문제가 미합의인 채로 넘겨졌다.또 기초단체장 정당공천배제, 4대선거분리실시, 지방의원 정수조정, 지정기탁금 존폐등 정치관계법의 현안문제와 방송관계법의 대기업·신문사 위성방송 참여문제등 초미의 현안들이 미합의인채넘겨져버린것은 껍데기뿐인 이번 협상의 결과를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 아닐까.대신에 야당측은 대선후보의 TV토론실시와 대선신문광고 50회, 방송광고 20회에 대한 국고부담을 얻어낸것은 공명선거를 위한 제도개선이란 명분을 내세워 대선을 위한 실익 챙기기로 귀착됐다 할 수밖에 없다.

물론 열세의 야당이 선언적인 의미이나마 검찰의 중립을 명문화 시켰고 대선 TV토론, 검찰총장·경찰청장의 2년간 당적 보유금지등을 얻어낸 것은 나름대로 공명선거란 측면에서 의의가 없지않다. 그러나 알맹이 쟁점을 고스란히 뒤로 넘긴채 구태의연하게 한가지 얻고 합의해주는 정치행태에서 맴돌고 있는 정치권의 모습은 어떤 연유에서건 실망스럽다.

제도개선의 기회가 자주 있는 것이 아닌만큼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한두가지라도 이번에 만족스럽게 매듭지었어야될 일이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