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초대석-쓸쓸한 노인들을 위해 여생바칠터

입력 1996-12-10 14:59:00

"병간호 한번 제대로 받아보지 못하고 쓸쓸히 생을 마감하는 노인들을 위해 여생을 바치겠습니다"

올해 희수(喜壽)를 맞은 곽병원 곽예순원장(郭禮淳.77)은 요즘 한가지 일에만 몰두하고있다. 이제는 병원원장으로서 보다 사회봉사활동으로 지역에서 더욱 지명도를 높이고있다.병원을 갖춘 양로원을 짓는 것이 마지막 꿈이다. 이를위해 수성구 욱수동에 이미 부지 5천평을확보해놓았다. 적어도 1만5천평정도는 돼야한다며 매일같이 욱수골짜기를 드나들며 '노인전문병원'을 개설하기위한 청사진 작성에 여념이 없다. 아직 할일이 많아서인지 얼굴은 여전히 동안(童顔)이다.

"돈이 얼마나 들지 모르지만 적어도 5백병상 이상을 계획하고 있어요. 양로원은 유료양로원과 무료양로원으로 이원화해서 운영, 유료양로원에서 번돈으로 무료양로원을 운영할 방침입니다. 보호자없이 병든 노인보다 더 불쌍한게 없어요"

병원이 없는 양로원은 의미가 없다는 곽원장은 환자가 누워서 줄을 당기면 의사와 간호사가 즉시와서 돌봐줄수있고 누워있는 침대가 버튼하나로 욕조로 바뀌는 그런 시스템을 구상하고있다. 문제는 노인전문 의료진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다.

곽병원은 이미 92년부터 병원보다 양로원 시설이 더큰 일본 고세이병원과 히로시마 가지카와병원등에 매년 간호사 2명씩을 파견, 해외연수시키고 있다.

청도군 각남면 녹명리 농가에서 태어나 독학으로 46년 의사시험에 합격한 곽원장은 64년 운경새마을사업회를 설립, 고향마을에 전기가설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유실수심기, 마을회관 설립, 상수도 시설등 단계적으로 일을 추진했다. 당시 박정희대통령이 우연한 기회에 이 고장의 발전상을보고 힘을 얻어 전국적인 새마을 운동에 박차를 가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전재산 재단법인 귀속

곽원장은 요즘도 주말이면 고향인 녹명에 내려가 가난하고 어려운 향토사람을 돕고있다.곽원장이 본격적인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지난 79년 재단법인 운경새마을사업회를 설립하고부터. 사회봉사를 하기위한 공식기구로 출범시킨 것이다. 83년3월에는 곽병원의 전재산을 아예 재단법인으로 귀속시키고 명칭도 운경재단으로 바꾸어 버렸다.

운경재단은 전문적인 문화재단은 아니지만 문화사업을 재단주요사업의 하나로 운영하고있다. 이외에 장학사업을 비롯 청소년선도사업, 체육진흥, 갱생보호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있다. 이같은 업적으로 곽원장은 89년 5.16민족상 사회부문을 수상하기도했다.

청소년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있는 곽원장은 90년에는 이지역 각계각층의 원로, 중진인사들이사단법인 형태로 이끌어가고있는 담수회 회장을 맡아 유교정신 보급에 앞장서기도했다.'불쌍한 사람에 무료 진료'

한문서당과 서예교실을 열어 일반인과 학생을 대상으로 전통윤리교육을 실시하고 방학기간중에는중학생들에게 명심보감을 가르쳤다. 91년말에는 여성대학을 개설, 청소년 교육에 여성들의 역할이큼을 강조하기도했다.

곽원장은 "담수회가 벌이고있는 명심보감강좌는 현대인들의 귀감이다. 명심보감 한권만 읽어도청소년들은 나쁜짓을 못하게 되고 체면과 부끄러움을 알게된다"며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가톨릭의대를 졸업한뒤 한국전쟁중인 52년 현재 자리인 중구 수동18에 곽외과의원으로 출발한 곽원장은 40년간 봉사활동을 벌여오고 있지만 아직도 성이 차지않은듯 계속해서 뭔가를 찾고있다.환자무료진료보다 더좋은 일은 없다고 말한다. 그는 지금도 의사들에게 불쌍한 사람은 알아서 무료진료해주라고 강조한다.

병원이 어려웠던 시절 12평크기의 원장실을 5평으로 줄여 쉴수있는 간이침대와 책상한개만을 들여놓기도 한 곽원장은 의사라는 직업은 봉사하는 직업이라는 철학이 몸에 배있는것 같다. 곽병원직원들은 병원인이 지켜야할 에티켓으로 직원상호간 인간관계, 기본예절, 몸단장 예의등을 바탕으로 '잘하고 옳게하고 바로하는' 직장새마을 3.3운동을 20년째 해오고있다.

우리것 찾는데 남다른 관심

3.3운동이란 유비무환(주사주의, 화재예방, 도난주의) 문화생활(질서유지, 미소친절,소비절약) 화합봉사(응급치료, 수가편의, 청결단정)로 주인정신을 가지고 서로가 양보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전략이다. 87년부터는 모든 직원에게 자녀수에 제한없이 대학까지 학자금 전액을 지급해오고있으며 특히 35명으로 구성된 곽병원 합창단은 전국새마을 합창경연대회 은상, 대구시 직장합창대회 동상을 수상한바있으며 수시로 병동을 순회하며 입원환자에게 건전가요등을 들려주고 매년개원기념일에는 음악발표회를 개최,환자의 쾌유를 빌고있다.

86년 개설한 병원내 독서대학은 초급과정의 경우 연간 20권이상의 독후감을 제출해야 2년후 졸업장을 받을수있는데 졸업자는 인사고과에 반영돼 자연스레 책읽는 분위기를 조성하고있다.곽원장의 애장품은 선조인 곽재우장군의 장검이다. 6.25전쟁 와중에도 땅에 묻어가며 진품을 소장해왔는데 몇년전 의령에 있는 곽장군 기념관 충익사에 진열하기위해 진품은 내주고 지금은 모조품을 갖고있다. 그러나 곽장군의 안장, 호박갓끈, 벼루등은 지금도 보관하고있으며 의병기념일인4월22일이면 망우공원내 망우당기념관에 전시하기도한다.

"남을 헐뜯지말고 남의 말 좋게하는 태도를 생활화해야만 불신이 사라지고 서로 단합하는 보다밝은 사회가 될것"이란게 그의 신조다. 82년 로터리클럽 총재재임시 제창한 '남의 말 좋게하자'는구호는 지금도 지역사회에서 금과옥조로 여겨지고있다.

음력설은 원래 우리의 것이 아니라며 고서적을 뒤적여 관련자료까지 수집해놓은 곽원장은 우리것을 찾는데 남다른 관심을 표명하고있다. '욕심을 내지마라'는 단순하면서도 심오한 진리를 좌우명으로 삼고있는 곽원장은 이번 주말에도 욱수동 노인전문병원 현장을 돌아보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할 계획이다.

〈尹柱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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