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국립도서관 소장품 "주목"

입력 1996-12-09 14:11:00

독일과 러시아의 문화재반환 협상이 진행되면서 세계 최대규모이자 세계적 희귀본이 숨겨져있는러시아국립도서관(구 레닌도서관)이 주목받고 있다.

1930년대식 스탈린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며 3천여만권의 장서를 갖추고 해마다 3백만명의 이용객이 드나들던 이 도서관은 과거 소련 지성의 보고였다.

그러나 러시아국립도서관은 구소련 붕괴후 심각한 재정난에 허덕여 오다 지난 1994년 10월말 문을 닫은뒤 난방조차 안되고 있다.

이때문에 세계 각계에서 이 도서관에 보관된 귀중한 자료의 보호 및 보관대책을 우려하고 각종희귀자료의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국립도서관 지하의 조그만 방에는 유럽에서 1500년 이전에 인쇄되어 현존하는 초기활자 간행본 1백34권, 당시 책자 10권, 손으로 쓴 15세기 서적 44권, 초기인쇄기로 찍어 제본한 서적 4백20권 등 6백여 작품으로 가득차 있다.

그중에서도 유럽에서 최초로 인쇄된 서적이며 세계최초의 인쇄본 성경인 구텐베르그 성경은 시가2백8억원을 호가한다. 인쇄기로 찍어낸 최초의 고전중 하나인 키케로의 작품, 학자용 참고서이자약용식물에 대한 1천7백3점의 판화가 실린 최초의 박물학 백과사전(1491년), 예루살렘 등 세계성지를 기록한 성지순례(1483년 발행)를 비롯한 세계적 문화유산이 부지기수다.

15세기에서 19세기까지 제본된 4백여권의 책자는 대부분 초창기의 금박이 그대로 입혀져 있고 루이 15세 등 많은 왕과 교황 피우스 4세, 클레멘스 11세 등의 서명이 들어있는 것이다.이 방의 수집품들은 1세기 전 독일의 저명한 수집가 하인리히 클렘이 유럽전역의 가장 영향력있는 87개 인쇄소에서 모은 것을 2차대전때 독일을 침공한 소련군이 성채나 외딴 마을에 숨겨진 귀중품을 약탈해 간 것이다.

한편 러시아 당국은 제 2차 세계대전 말기에 4만여점의 유물과 걸작품을 러시아 국립도서관과 박물관에 보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독일은 20만점의 미술품과 2백만권의 서적, 3㎞에 달하는문서 등 5조 4천여억원의 전리품을 약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李春洙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