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비정치적인 정치인','미스터 소프트','영국신사'…. 신한국당 이홍구대표를 이르는 말이다.사람들은 그를 합리형이라고 한다. 목소리도 크게 내는 법이 없다. 움직임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그의 가훈 또한 겸실(謙室·겸손하게 사는 집)이어서 그의 평소 이미지와 일맥상통한다.때문인지 그가 신한국당의 대표직을 맡을 때만 해도 무욕(無慾)의 정치인, 무적(無敵)의 정치인으로 여야 모두 별 거부감이 없었다.
무욕이란 대선에 대한 욕심이 없다는 뜻이었다. 그는 4·11총선 직후 대표직을 맡았다. 그의 무욕론에 비춰볼 때 합리적인 관리형대표라는 평이었다. 또 무적이란 처세가 무난해 비난의 소지가적다는 뜻이었다. 심지어 김대중 국민회의총재로 부터도 "생각이 신중하고 합리적인 사람"이라는찬사를 들을 정도였다.
그런 그가 집권당 대표직을 수행한 지 7개월이 다 돼 간다. 정당생활을 시작한 지 10개월이다. 당내외에서는 그가 비교적 무난히 지내왔다고 평가한다. 측근들은 좀 더 높은 점수를 준다. 관리를잘 해왔다는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그의 대표재임 기간에는 별 탈 없이 당운영이 된 것이 사실이다. 물론 김영삼대통령의 힘이 뒷받침된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여기에는 그의 무욕론도 한 몫을 한게 분명하다. 만일 그가 다른 예비후보들처럼 별도의 캠프를운영해 왔다면 당이 지금처럼 조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는 아직도 공식적인 캠프나 참모조직을 갖고있지 않다. 앞으로도 지금의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한다. 견제를유발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실(失)이 많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그렇다고 이대표가 마냥 무욕론자이냐에 대한 대답은 단연코 '노'다.
여당의 예비후보들은 이른바 '구룡(九龍)'이다. 지금와서는'빅쓰리'내지 '빅포'로 압축됐다고들 한다. 여기에 이대표가 포함돼 있다. 무욕이라지만 사람들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7개월간의 행적을 봐도 단순히 관리형에 머물러 있지는 않았다. 그가 관계에 진출한 이후 몸담고이끌어 왔던 조직(통일원과 총리실)에서 했던 것처럼당에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정책정당화 그리고 정부에 대한 당의 우위,개원협상 타결, OECD가입비준동의안 처리등에서그의 조용한 스타일은 빛을 발휘했다. 무리하지도 않고 약해 보이면서도 속을 들여다보면 결코약하지 않은 이대표의 개성이 작용한 것이다.
주변에서 이대표에 대한 평가도 조금씩 달라졌다. 특히 위천국가산업단지문제 처리과정에서 그는안해도 될 모험을 감행했다. 가장 힘들었던 기억이긴하지만 부드러움, 나약함, 결단력과 추진력의부족 등으로 정형화 돼 있던 이미지를 다소나마 바꾸게 된 계기도 됐다. 그는 결과적으로 대표직수행 덕분에 가장 유력한 주자들의 대열에 낄 수 있었다.
때문에 그가 만일 대표직을 계속 수행한다면(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조용한 대표직의 충실한 수행이 목표라면 목표다. 이 과정에서 자신에게 기회가 온다면마다하지 않겠다는 심사인지도 모른다. 당내기반이 취약하고 그렇다고 국민적 인기도가 월등한것도 아닌상태에서 그가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신한국당 대표직 밖에 없기 때문이다.김심(金心·김대통령의 낙점)을 얻기에도 대표직 수행은 최대의 무기가 될수 있을 것이다.또 최근 그의 인기도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한다. 고무적 현상이 아닐 수없다. 이회창 박찬종고문등 선두주자들과의 격차도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앞으로 3개월 아니면 6개월 정도 대표직에 더 있을 경우 그의 지명도는 더 올라갈 것이 틀림없다. 그는 이 때를 기다리고 있을 법하다.
그는 자신의 스타일을 이야기하면서 자주"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나약해보인다는 지적을 받을 때마다 과정에서 보이는 이미지가 아니라 결과를 놓고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유부단할 것이라는 세간의 지적에 대해 이대표측은 자랑스레 그가 지나온 경력을 들추며"무서우리만치 강한 사람"이라고 반박한다.
사실 통일원장관과 총리시절 보였던 그의 역량은 유약(柔弱)이미지와는 유사점을 찾기 어렵다. 일례로 그는 역대 통일원장관 가운데 최고점을 받은 인물이다. 통일원 실국장 20명 가운데 15명의압도적 평가를 획득했다고한다. 사람만 좋아서는 그런 평가가 나오지 않음은 물론이다.그는 현재 집권당인 신한국당 대표직 외에 월드컵유치위원회 명예위원장직도 갖고 있다. 그러나여당의 대선 후보라는 축구공이 어디로 튀어 누구의 가슴에 안길 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대표 역시 모르는 일이다. 다만 그에게 분명한 것은 무리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뿐이다.〈李東寬기자〉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